중국 자동차기업 BYD는 지난 16일 소형 전기차 '아토3'와 함께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진=BYD코리아)

중국 전기차 1위 BYD의 국내 진출이 시작됐다. 제조업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산업의 중국 기업 진출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중국발 가성비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지난 16일 BYD는 국내 시장에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토3'와 함께 한국 진출을 공식발표했다.

지난 2022년 출시된 '아토3'는 전 세계에서 100만대 이상 팔린 BYD의 핵심 전기차 라인업 중 하나다. 기본 트림 기준 가격은 3015만원으로, 보조금 수령 시 실구매 2000만원대라는 높은 가성비를 자랑한다.

중국발 전기차의 저가공세는 국내 완성차업계에 위기감을 주고 있다. 아직 국내 이용자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지만, 향후 성능·안전이 검증되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이와 관련해 양진수 현대차그룹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지난해 1월~11월 기준 중국의 자동차 수출 물량은 535만대에 달한다"며 "지난 2010년 100만대에 비해 다섯 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은 물론, 첨단주행보조기술 등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BYD는 어떻게 이 같은 가성비의,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은 차종을 선보일 수 있었을까. 시작은 지난 2015년 발표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제조 2025' 비전에서 비롯된다. 이 정책은 중국의 제조업을 디지털·자동화하고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BYD는 '중국제조 2025' 비전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소규모 배터리 이차전지 업체로 시작한 BYD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매출액 6023억1500만위안(약 118조8100억원)의 대기업으로 거듭났으며, 지난해 전기차 총 판매량 427만대, 세계 친환경 차 판매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기차 보조금 대신 기업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제공해 판매가를 낮추는 전략을 택한 바 있다. BYD는 이 전략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다만 해당 방식은 미국·유럽의 고강도 관세에 부딪쳐 지난 2023년 폐지된 상태다.

BYD의 한국 시장 전략은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으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및 점유율이 높고, 중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2년 BYD는 일본에 진출하며 소형 전기차 '돌핀'과 전기차 SUV '아토3'를 내세웠다. 당시 '돌핀'의 판매가는 기본 트림 기준 363만엔(약 3335만원)으로,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닛산 '사쿠라'(233~294만엔, 2100~2700만원)와 약 50만엔가량 차이가 났다.

다만 '돌핀'에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한화 기준 2000만원대로 내려간다. '돌핀'이 '사쿠라'에 비해 좀 더 뛰어난 성능을 지녔단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할 만한 상대였다는 분석이다.

'아토3' 역시 동급 라인업에서 높은 가성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아토3'의 일본 판매가는 테슬라, 닛산의 경쟁 차종보다 낮은 440만엔(약 4040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본 시장 진출 3년이 지난 지금, BYD는 지난해 기준 일본 시장에서 총 222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1위 닛산(3만749대)보다는 낮지만 토요타(2038대), 현대차(604대)를 앞질렀다.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 오프라인 중심으로 전시장을 늘려나간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BYD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는 "전기차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딜러체제 판매방식을 택했다"며 "향후 전시장 15곳, 서비스센터 12곳을 순차적으로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낮은 선호도는 BYD의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비교적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젊은 소비층, 렌터카·법인용 차량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