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투싼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HEV) 차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친환경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친환경차 누적 판매 150만대를 달성했다.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4% 감소했지만, 현지에서 생산한 하이브리드가 각광받으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는 경제성과 실용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비가 좋아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면서도, 전기차와 달리 충전 인프라에 구애받지 않아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와 고금리 ▲충전 인프라 구축 지연 ▲내연차 대비 높은 가격 등이 소비 심리를 억제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배터리 화재 안전 우려를 비롯해 글로벌 대외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 및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 혜택 축소 등 친 내연차 기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출혈 경쟁으로 유럽·남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하이브리드차가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판매량에서 친환경차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돌파, 올해 누적 기준으로는 21%를 달성했다.
판매량으로는 지난 2021년 10만대를 판매한 뒤 2022년 18만 2672대, 2023년 27만8122대, 지난해에는 34만6441대로 증가했다. 올해 1~7월 판매 역시 22만15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특히 비율로 보면 하이브리드가 누적 기준 113만8502대로 가장 높았다. 전기차는 37만4790대, 수소전기차는 1853대 수준이다.
연도별 판매 비중을 들여다봐도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았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 비중에서 전기차는 35.8%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25.6%로 약 10%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축소,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대거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늘리며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기아의 국내 공장 하이브리드 생산량은 51만 8760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5% 증가한 수치로, 현재 추세대로면 국내 공장의 올해 연간 생산량은 90만 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을 비롯해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울산 신공장에서도 당초 목적인 전기차 대신 플래그십 전기차 GV90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혼류 생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