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에너지 전시회 'RE+ 2025' LG에너지솔루션 전시 부스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전기차 시장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배터리 3사는 북미 생산체계를 ESS 중심으로 재편하고, 로봇·드론 등 차세대 산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올해 북미 시장에서 ESS 생산을 확대하며 현지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신차 대수는 164대다. 이는 전년 동기(6209대) 대비 97.4% 급감한 수치로,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 된 2021년 이후 월간으로 가장 낮다.
오는 30일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 세액공제 제도가 축소되고, 전기차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관세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린 것이 수출 급감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배터리 3사는 ESS 시장을 새 먹거리로 삼는다는 심산이다. 장기화된 전기차 시장 침체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대신 새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했으며, 삼성SDI는 넥스트에라 에너지 등과 ESS용 배터리 공급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 단독 공장을 ESS 생산 거점으로 전환했다.
신제품 출시도 예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오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청정에너지 전시회 'RE+2025'에 ESS 용 배터리를 선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시회에서 각형 LFP(리튬인산철) ESS 배터리를 첫 공개한다. 해당 배터리는 알루미늄 사각캔에 전극을 넣는 방식으로 외부 충격에 강하고 안전성이 높다. 삼성SDI는 기존 제품 대비 가격경쟁력을 높인 LFP 배터리 기반 신제품 'SBB 2.0'을 마련했다.
ESS는 전력 인프라 교체, 재생에너지 확대, AI 관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존 중국산 배터리가 관세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국산 배터리가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드론·로봇 등 신사업 분야도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통해 "OBBBA 기회 요인을 활용한 미국 ESS 시장 진출 강화, 드론·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유망 분야를 통한 신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드론 분야가 군용 드론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군용 드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배터리의 역할이 중요하며 경량화, 고밀도화 등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배터리 3사가 주력해온 NCM(니켈·코발트·망간)이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가 LFP보다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가형 LFP 배터리를 내세운 중국보다 국내 업계가 상대적 우위를 지닌 셈이다.
이에 3사는 로봇 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월 현대차와 고성능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후 현대차의 서비스 로봇 '달이', '모베드'에 탑재될 차세대 배터리를 선보인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자율주행 로봇 모빌리티 기업 베어로보틱스와 협력 중으로, 지난해부터 물류형 자율주행 로봇 '카티' 등 서비스·산업용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생산 라인에 AI 로봇을 도입하는 한편, 미국 조지아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로봇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AI 기술 적용으로 휴머노이드 학습·추론 능력이 향상될수록 전력 소모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휴머노이드 활용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면 로봇용 배터리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