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갤러리 홈페이지 캡처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위치한 한 갤러리가 대중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일본의 한 인형 전문 제작자가 여성의 신체를 본떠서 만든 찰흙 인형을 지난 6일까지 전시했다는 이유다. 이 작가는 일본의 전문 ‘돌메이커’(Doll Maker)라고 불리는 아라이 에이다. 인형을 만들어 전시회와 아트페어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판매해왔다.
전시회장은 약 7평 남짓의 작은 규모다. 이 공간에는 작게는 25cm, 크게는 50cm 크기의 인형들이 총 6점이 전시되어 있다. 인형은 찰흙을 이용해 나체 상태의 여성 상반신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이 작품들 중에는 여성의 목에 쇠줄을 걸고, 상자에 넣은 상태로 전시되기도 했다.
네티즌은 이 전시회장에 전시된 인형들이 ‘리얼돌’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고 여성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물품’으로 분류돼 세관 당국이 통관을 불허해왔다. 지난 6월에는 대법원 판결로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이 취소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들은 리얼돌 수입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버젓이 서울의 갤러리에서 일본 리얼돌 인형을 전시하는 것에 네티즌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리얼돌 out’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고, 전시회 웹사이트와 전시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국민 신문고 및 경찰청 민원 게시판을 통해서 해당 전시회를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네티즌이 분개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현재는 갤러리에서 아라이의 전시는 종료됐지만, 이들의 전시 방향성을 볼 때 이 같은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거세다.
아라이의 개인전은 해당 갤러리가 이전한 후의 첫 전시였다. 갤러리 관계자는 “갤러리가 추구하는 예술 콘텐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장인정신, 선입견이나 통념을 뛰어넘는 창의성, 혁신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험성이 깃든 예술 콘텐츠를 추구해왔다”고 밝혔다.
또 “전시회는 아티스트에게는 자신의 예술 인생을 걸어가는 길에서 꼭 들러야 하는 여정이고, 갤러리에게는 갤러리가 다루는 예술 콘텐츠의 성격을 규정하는 재료이자 업적”이라며 “아라이가 만든 아름다운 여섯 점의 인형들을 통해 이 전시회가 예외적이고 상징적인 아트 이벤트가 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신체를 전시하고, 그로 인한 수익을 얻는 행위 자체가 인권 침해적이라는 의견이 거센 가운데, 이 갤러리가 앞으로 어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을 만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