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연합뉴스
지난 7일 우리금융그룹을 끝으로 4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경신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은 연임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손쉬운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벌었다는 국민적 반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KB금융 5조782억원, 신한금융 4조5175억원, 하나금융 3조7388억원, 우리금융 3조860억원 등 총 16조4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3%(1조5297억원) 증가한 규모다. 고금리 지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2022년 순익보다도 6.0% 높은 수치다.
지난해 호실적은 이자이익에 힘입은 바 크다. KB금융 12조8267억원, 신한금융 11조4023억원, 우리금융 8조8860억원, 하나금융 8조7610억원 등 총 41조876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규모다.
이자이익 확대는 예대금리차를 크게 가져간 덕분에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가계대출 수요가 폭증하자 수요 관리에 들어갔다. 4대 은행은 시장금리 하락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출 가산금리는 올리고 예금 금리는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예대금리차를 키우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한 것. 지난해 8월 평균 0.94%포인트였던 은행 신규 예대금리차가 12월 1.46%포인트까지 확대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4대 금융지주가 세간의 ‘손쉬운 이자장사’ 비판에도 예대금리차를 키운 배경에는 시장의 높아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이 있다. 계속 우상향하는 호실적을 보여주지 않으면 주주환원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곧 주가 하락을 의미한다. 실적이 나빠 주가가 떨어지면 경영진은 사퇴 압박에 직면하므로 ‘이자장사’로 욕을 먹는 것이 ‘실적후퇴’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가 된다.
실적 발표 이후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엇갈린 주가 행보는 이를 잘 보여준다.
KB금융의 경우 주주환원의 기준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보다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영점을 조정했다. 이 영향으로 KB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시장 기대치의 절반인 5200억원으로 정해졌고, 9만원 위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8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하나금융은 그룹 차원의 전사적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노력으로 CET1 비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했고,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나쁘면 최고경영자는 옷을 벗어야 한다”며 “상생금융으로 돈을 더 많이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시장의 기대치를 일정 정도 충족시키는 실적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