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1000만원 벌었다."

토스증권을 통해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20대 투자자 이모씨. 그는 20일 나스닥 프리마켓(개장전거래)에서 꽤 큰 돈을 벌었다. 채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 동안이다. 한국 시간으로 당일 오후 6시부터 7시30분 사이였다. 400만원 가량을 해당 주식에 넣어 1400만원에 이르자 전량 매도했다. 수익만 1000만원 남짓. 더한 인증도 있다. 이 시간대에 이익실현을 한 14억원 수익 인증샷 등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는 대박 인증샷이 여럿이다.

이날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내 준 종목은 하이드마 마리타임 홀딩스(NAS:HMR). 미고글로벌(NAS:MGOL)과 주식 병합후 첫 거래를 개시한 종목이다. 주식 교환비율은 MGOL 30주당 HMR 1주다. 물론 MGOL 구주 보유자들은 거래를 할 수 없다. 통상 합병에 따른 신주 발행시 증권사는 예탁결제원을 통해 구주주 계좌에 신주 입고가 확인돼야 한다. 그전엔 거래가 제한된다. 거래재개까지 최대 일주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해당 주식은 내주 월요일께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에선 거래가 가능했다. 거래정지 기간에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더구나 교환 비율을 1:30이 아닌 1:1 그대로 올려둔 것.​ 합병에 따른 티커 변경을 단순 티커 변경으로 봤다. 결국 거래가 불가능해야 할 MGOL 구주 1주가 HMR 주식 1주로 전환돼 거래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MGOL 주식을 갖고 있던 일부 투자자는 주식이 30배 부풀려진 것처럼 표시된 계좌를 봤다. 뒤돌아볼 것도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매몰차게 매물을 쏟아내 이익실현에 나섰다. 이에 HMR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폭락했다 폭등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에 휩싸였다.

물론 그 틈을 타 매도한 일부 메리츠증권 투자자들의 대박 기쁨은 하루도 가지 못했다. 착오거래를 인지한 회사 측은 이날 저녁 7시30분 거래를 중단했다. 내부 검토를 거쳐 뒤늦게 MGOL 구주와 관련해 체결된 거래를 모두 없었던 일로 되돌리는 '롤백(rollback)'을 선언한다. 정규장에서 HMR 주식을 13만주가량 매입(바이백)하는 등 후속조치에도 나섰다.

이날 프리마켓시장 1시간 30분 동안 거래된 물량은 258만주 수준이다. 이 중 메리츠증권에서 잘못 풀린 물량은 15만주 가량으로 추정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1000만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보상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메리츠의 착오거래에 소위 대박을 낸 투자자는 따로 있다. 해외주식 1위사 토스증권 투자자들이다. 갑작스런 매물에 주가가 급락하자 토스증권내 해당주식 거래량은 폭발했다. 주식이 급락한 틈을 타 대거 샀다 팔아치운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고점에 매도한 이들의 인증샷이 소셜미디어 곳곳에서 포착됐다.

물론 토스증권은 프리마켓 전에 구주에 대한 거래정지 조치를 해둔 상태였다. 이후 신주인 HMR의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수익을 낸 투자자들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를 하기 어려운 게 이유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토스증권에선 프리마켓 전에 거래정지돼 구주가 거래되는 건 불가능했다"면서 "때문에 주가 변동성 과정에서 상장된 신주를 낮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실현을 한 투자자들에 대해선 전혀 문제삼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롤백은 없다는 얘기다.

이번 투자로 수익을 실현한 한 투자자는 "저는 150% 정도 수익을 냈지만 바닥에서 잡아 10배 전후의 수익을 낸 텐베거들이 다수"라며 "거의 돈복사 수준의 상황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이번 착오거래를 두고 증권가에선 지난 2018년 벌어진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를 떠올리기도 한다. 당시 삼성증권은 직원들에 1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했지만 주문오류로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배당했고 이를 일부 내부 직원들이 팔아치우면서 모럴해저드로 비판받은 사건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유례없는 일로 영업정지 제재까지 받았던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건처럼 이번 사건 역시 벌어져선 안되는 사고였다"며 "국내 증권사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그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메리츠 역시 '제로 수수료 정책' 등 지나치게 공격적이던 리테일 전략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사진=메리츠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