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에너지 3법' 중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차원 전력망 확충 위한 입법

AI(인공지능)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반도체·전기차·데이터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제정 단계부터 독소조항 논란이 있어 주민 수용성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국회는 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해상풍력특별법 등 ‘에너지 3법’을 통과시키며 모처럼 의견을 모았다. 첨단 산업의 성장 특히 AI는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하이퍼 스케일급 데이터센터의 경우 100M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며, 이는 연간 35만~40만 대의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전력망 확충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산업계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환영 vs 사회적 갈등 심화 우려

전력망확충특별법은 345킬로볼트(kV) 이상의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을 신속히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전력망위원회를 꾸려 대상사업을 선정하고 범부처 이해관계를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5년 주기로 30년 단위 국가전력망 확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특례로 기존전원개발촉진법의 18개 개별법과 백두대간보호법 등 17개법 인허가를 의제 처리해 입지선정부터 준공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하도록 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법안이 국가 전력 공급망의 안정성과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거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밀양주민들이 2015년에 열린 밀양송전탑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 수도권에 필요한 전기 옮기는 과정서 지방 도시와 충돌 우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신고리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변전소로 옮기기 위한 송전탑을 경상남도 밀양시에 세우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765kV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의 위치 문제를 두고, 밀양 시민과 한국전력이 격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음독자살로 목숨을 잃고 지역사회가 갈라졌다. 극렬한 대치는 경찰병력 2000여 명이 투입된 행정대집행으로 일단락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60일 이내 주민 의견 수렴’ 조항은 해당 기간 내에 의견이 제출되지 않으면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의 58.8%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막대한 전력 수요가 집중돼 있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은 전남, 경남, 충남 등 지방에 밀집돼 있다. 수도권에 필요한 전기를 옮기기 위해 제2,3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생길 수 있다.

기후시민프로젝트는 “주민 의견을 배제한 채 추진된 법안은 결국 더 큰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력망특별법은 환경영향평가법상 주민 의견 수렴 절차까지 생략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향후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