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소위원장이 반도체법, 에너지3법 등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2030년 순차 포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이 9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의 임시·중간 저장시설 및 영구 처분장 건설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부지 선정과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이 남아 있어 향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되거나 외부에 보관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누적된 사용후핵연료는 540만924다발에 이르며, 임시저장시설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등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원전에서도 임시 저장 기한이 설정돼 있다.
2050년 중간 저장시설, 2060년 영구 폐기시설 규정 마련
고준위특별법은 2050년까지 중간 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폐기시설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여야의 의견이 대립했던 저장시설 용량은 ‘설계 수명 중 발생할 예측량’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저장 수조가 포화될 경우 부지 내 저장시설을 활용하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성 지원을 제공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처분시설 부지 선정은 국무총리 직속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구가 담당할 예정이다.
그러나 특별법에는 영구처분장 선정 기준이 포함되지 않아 향후 부지 선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문제는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 정책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되,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고준위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 (사진=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원자력 선진국도 겪은 부지 확보 갈등···공론화 통해 국민적 합의
고준위 방폐장 선정 과정의 난항은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 운영에 나서는 핀란드는 1983년 부지 선정 작업을 시작해 18년이 지난 2001년에야 실제 부지를 확정했으며, 부지 선정 후에도 15년이 지난 2016년에야 방폐장 건설이 시작했다.
원자력 분야 최고 선진국인 미국도 아직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부지 확보에 나선 때는 1983년이다. 미 정부는 1987년 유카산을 부지로 결정했지만 2010년 주민들이 반대하며 들고 일어나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 당했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를 한시적으로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에서 보관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정한 스웨덴과 프랑스는 공론화를 통한 주민 신뢰 확보와 제도적 정비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이미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시 오히려 지역사회가 먼저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웨덴은 이미 원자력 시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타당성조사를 통과한 6개 지역 중 2개 지역을 선발하고 안전성 관점에서 우세한 포스마크를 부지로 선정했다.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만 꼬박 10년···주민 신뢰 관건
한국은 과거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10여 년간 9차례 실패를 겪었다. 2005년 관련 특별법이 제정된 후에야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이 건설될 수 있었다. 이러한 선례를 고려할 때,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선정 기준을 시행령에 미룬 탓에 정권의 ‘방폐장 폭탄 돌리기’가 시행령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공론화 과정을 통한 주민 신뢰이 성공적인 부지 선정으로 이어진 사례에서 볼 때 법적 근거를 통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특별법의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