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가 그룹 내 핵심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을 통합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을 12월 1일 공식 출범시킨다. 지난 17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단행된 첫 대규모 구조 개편으로 ‘정기선 시대’의 조선사업 재편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다.

23일 HD현대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은 이날 각각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의 98.54%, 87.56%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합병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동의했다.

이로써 중형선 전문 조선사 HD현대미포는 출범 50년 만에 HD현대중공업에 흡수된다. 합병 이후 미포의 울산 본사는 특수선(함정) 중심의 전략 거점으로 재편돼 ‘방산 조선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 함정 도크 전환 시 “영업이익 10배 증가”

HD현대미포는 1975년 수리 조선소로 출범한 뒤 30년간 8500척의 선박을 수리·개조하며 세계 최대 수리 조선소로 성장했다. 이후 1996년 신조 사업에 뛰어들며 20년 만에 1000척을 인도하는 성과를 냈다.

이번 합병은 미포의 도크를 ‘탱커 중심’에서 ‘함정 건조’로 전환시키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홍콩계 투자은행 CLSA는 “탱커 도크를 군함 건조용으로 전환할 경우 영업이익이 10배 이상 확대될 수 있다”며 “탱커 1척당 20억~3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함정으로 바뀌면 300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HD현대는 이를 기반으로 방산 부문에서만 10조원 이상 매출을 창출, 2035년 그룹 전체 매출 37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올해(2024년) 예상 매출 19조원 대비 약 2배 성장한 수치다.

■ R&D 결집·특수목적선 확대…남은 변수 ‘주식매수청구권’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양사의 설계 및 R&D 역량을 결집해 친환경·저탄소 선박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중복투자를 줄이고 개발 리스크를 낮춰 환경규제 및 탈탄소 전환 흐름에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쇄빙선·LNG 운반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에서도 양사의 실적과 경험을 통합해 수주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통합 법인의 함정·특수선 사업을 총괄한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은 주식매수청구권이다. HD현대는 양사 합산 매수청구권 행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지 않으면 합병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미 조선 협력 강화에 따른 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행사액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CLSA를 비롯한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합리적인 합병 비율”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 “조선 넘어 방산으로”…정기선의 첫 포트폴리오 재편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순한 ‘조선사 합병’이 아닌, HD현대의 방산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으로 본다. 미국과 중동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현지 생산 확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함정·특수선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방산 공급망 내 입지를 넓히려는 의도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주주들이 인정한 전략적 조치”라며 “양사의 기술과 경험을 결집해 미래 조선·방산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