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EW 제공
‘파수꾼’부터 ‘동주’ ‘변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 박정민이 이번에는 방황하는 10대를 대변했다. 10대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박정민 특유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로 생동감을 만들어내며 어색함을 지웠다.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시동’은 가출 청소년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현실적인 감정 묘사가 강점인 작품으로, 박정민은 웹툰의 핵심 정서가 영화에도 잘 묻어난 것 같다며 만족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게 본 웹툰을 잘 옮긴 것 같아 좋았다.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더라. 허투루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출연을 결정했다. 웹툰을 볼 때 택일과 엄마의 정서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표현을 잘 못하는 자식들이 느끼는 감동이 있다. 책으로 볼 때도 울컥했고, 촬영을 할 때나 완성된 걸 볼 때도 좋았다”
엄마와 다툰 뒤 패기 넘치게 사회에 뛰어들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성장하는 택일의 감정이 영화의 전개를 책임진다. 박정민은 상대가 누구든 거침없이 덤비는 패기만만한 모습부터 엄마에 대한 애증으로 속앓이를 하며 어른이 되는 과정 등 다양한 감정들을 진솔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오랜만에 현실에 발 디딘 캐릭터를 연기하며 제 옷을 입은 양 찰떡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타짜’ ‘사바하’는 장르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박정민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며 연기했다. 하지만 ‘시동’은 모든 배우들이 그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살리는 게 중요했다. 그런 과정이 재밌었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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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활용했다. 함께 호흡한 마동석은 물론, 최정열 감독과도 아이디어를 나누며 그 순간의 감정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동료들과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그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용기를 가지고 툭툭 던졌는데 연기 합이 딱 맞을 때 희열이 느껴진다. 사전에 합을 맞추지 않았는데 연기가 재밌게 나왔을 때는 배우들의 힘으로 한 장면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함이 있다. 그러면 감독님이 모니터에서 보시다가 다른 소스를 제공해주시기도 했다. 그런 기회들을 만들어 갔고, 이 과정이 좋았다”
10대 택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외양에 대한 고민을 한 적도 있다. 유행하는 옷을 입거나 줄임말을 써보기도 했지만, 의도를 하면 할수록 어색해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택일의 감정을 전하는 것이 핵심이라 판단한 박정민은 아직 서툰 택일의 미숙함을 표현하는 데 더욱 집중했다.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뭘 해도 나이가 들어 보이더라. 줄임말 같은 것도 써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애써 어려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포기했다. 요즘 유행하는 트레이닝복 바지나 신발 정도는 입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을 찍은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좀 말라있었는데, 활동량 많은 청소년을 표현하기엔 적당한 것 같아 유지를 했다. 대신 엄마나 장풍반점 식구들을 대할 때의 태도나 감정을 서툴게 표현하려고 했다. 정서나 감정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