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세월이 무색할 만큼 빛나는 외모는 화면 그대로였다. 그러나 유쾌한 농담으로 인터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이영애에게서는 털털함도 느껴졌다. 엄마가 된 후, 많은 것을 내려놨다는 이영애는 예능에서 일상을 공개하고, 서툰 SNS로 소통하며 대중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30대까지 정신없이 연기만 했던 이영애는 결혼을 계기로 처음 긴 휴식기를 가졌다.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지만, 엄마와 아내 이영애로 보낸 10년도 소중했다.
“연기는 대학 졸업 이후부터 시작했다. 그 이후 줄곧 달렸다. 1년에 3, 4작품씩 하며 어디서 에너지가 나오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러고 나니까 30대 후반이 됐다. ‘대장금’ ‘친절한 금자씨' 이후 더 하면 욕심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던 중 가정을 만들고 쌍둥이를 낳으니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들이 있더라. 가정이 뿌리를 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14년까지 걸릴지는 몰랐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의도한 휴식은 아니었지만, 육아를 하면서 새로운 감정들을 배웠다. 그 시간 또한 연기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서 깊은 죄책감과 허망함 등 다채로운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2시간을 책임진다.
“아무래도 엄마가 되고 나서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의 폭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기계적으로 어떤 게 달라졌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감성의 결이 풍부해졌다. 오히려 ‘나를 찾아줘’에서는 그것을 가다듬으려고 했다. 10가지 감정을 담아 울었다고 해서 관객 분들이 여러 가지 감정을 다 느껴주시는 건 아니다. 좀 더 다듬고, 세분화하는 작업이 중요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최근 이영애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의 일상을 공개했다. 예능프로그램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고, 일상을 공개하는 일도 드물었던 이영애에게 생긴 반가운 변화였다.
“한 편으로는 아줌마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많이 내려놓기도 했다. 길 가다가 쌍둥이 엄마들을 만나면 통하는 감성을 느끼기도 한다. 옆집 친구 만난 듯이 손을 잡고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옆 빌라에서 아이 셋 키우는 엄마가 있는데, 남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내가 광고하는 분유를 드리기도 했다. 오고가는 정이 많아졌다”
휴식기를 보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얻었지만, 막상 스크린 복귀를 결정하고 나서는 걱정도 됐다. 배우 이영애로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한 적도 있다는 이영애는 그 우려가 무색할 만큼 큰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존재감을 뽐냈다.
“아직 나를 환영해 주는 분들이 있을까 걱정을 할 때도 있었다. 내가 촬영장에 있다는 게 좋았다. 그동안 쌍둥이 엄마로 지내는 동안도 만족스러웠지만, 다시 배우로서 돌아갈 자리가 있어 같아 좋았다. 그러다가 응원의 말이 들리면 소리 없이 지켜봐주시는 분이 있는 것 같아 크게 와 닿기도 했다. 현장은 온전히 배우 이영애의 공간이다. 힘들어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앞으로는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기를 바랐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큰 변화도 겪은 만큼 새로운 모습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배우로서 2~30대를 보냈다. 물론 그때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었겠지만, 결혼 이후 지금도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 지금은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모르는 50대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