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전경.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와 함께 트럼프 발 관세 리스크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위기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18일 현대자동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R&D 투자금 규모는 6조7516억원이다. 전년 투자금(4조9212억원) 대비 약 37% 증가했다. 현대차의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 2022년 3조5268억원, 2023년 4조1391억원에 이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전년 대비 27.9% 감소한 14만6883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 점유율이 70%를 넘어서며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시장에 적대적인 기조를 기닌 만큼 글로벌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평가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위기 대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위기가 없으면 안이해진다는 점에서 외부 자극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올해 R&D 투자금은 대외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력 강화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을 확대하고, 연비와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인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분야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현대차는 오는 2026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 개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이를 자사의 차량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자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삼성전자의 IoT(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등 외부 협력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 21종의 라인업을 새롭게 구축한다. 또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울산 EV 전용공장에서는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차종의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수소차 사업 역시 새롭게 주목하는 분야다. 수소차는 아직 전체 자동차 시장의 1%대 점유율에 불과하지만,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향후 전기차와 함께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오는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오는 2033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수소 밸류체인의 사업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울산 공장에 국내 첫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며, 올 상반기 중 수소전기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