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제공
문화 예술계에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정크 아트(Junk Art)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나온 부산물인 폐품(잡동사니)을 소재로 제작한 정크 아트는 단순히 미술 작품으로서 전시장을 채우는 것을 넘어 최근 뮤지컬 무대에도 사용되면서 또 다른 흐름을 창조해내고 있다.
정크아트는 1950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산업화 이후 쌓이는 산업폐기물들은 이전 시대에 버려진 쓰레기 총량을 넘어설 만큼 심각하다. 1950년대 이후 환경오염이 가속화됐고, 예술은 그 시대의 사상과 철학을 상징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에 정크 아트를 활용하게 됐다. 이런 시도가 이어지는 건 정크 아트, 그 자체에 담긴 메시지 덕이다. 즉 작품의 재료에서 인간의 욕망과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활발히 작품 활동에 이용된다.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도 정크아트는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적극 지원하는 곳은 단연 미술계다. ‘정크 아티스트’로 불리는 많은 작가들이 등장했고,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로 알려진 오대호 작가는 2002년 세계 최초의 정크 아트 전문 갤러리를 충청북도 음성군에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등 공연 무대에서도 정크 아트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4월 13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가족뮤지컬 ‘로빈슨 크루소’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과정을 무대에 담아냈다.
작품은 대니얼 디포의 고전 명작을 원작으로, 인간이 버린 쓰레기 섬에 홀로 남아 재활용품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가는 로빈슨 크루소의 업사이클링 과정을 그린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찬 섬에 남겨져 쓰레기를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각자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대는 일회용 제품을 활용한 정크아트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폐품을 악기, 소품, 의상 등으로 변형해 작품의 주제의식을 시각화한 셈이다. 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 4일 개막한 뮤지컬 ‘빅 피쉬’의 무대에서도 정크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빅 피쉬’는 원작 소설을 비롯해 영화를 거쳐 이번엔 뮤지컬으로 만들어졌다. 다니엘 월러스의 동명의 소설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찾아가는 아들의 여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곳곳에 상상 속 상황들이 삽입됐다. 이 과정에서 정크아트 작품이 다수 등장한다. 마녀, 거인, 코끼리 등 판타지적 요소들을 재활용품을 이용해 구현해냈다. 그 덕에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특징이 도드라지게 표현되며 극적 연출이 가능해졌다.
‘빅 피쉬’ 관계자는 일부 소품에 정크아트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처음 영감을 받은 건 작품이 미국 최남단에 위치한 알라바마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민속아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퍼펫 개발 과정에서 정크아트도 함께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 피쉬’ 무대에 오른 퍼펫은 이러한 아트(민속 아트, 정크 아트)들을 참고하여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이의 시선에서 생각한 상상력을 생활 속 소품들을 활용하여 표현하고자 제작되었다”면서 “이야기를 쫓는 아들의 시선은 미국 포크아트와 정크아트를 통해 아버지 에드워드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