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 DB
이선균은 목소리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봉골레 파스타’를 말하는 목소리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드라마 ‘파스타’가 끝난 지 10년이 다 되어 가고, 본인이 “진짜 비슷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도 말이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연기를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연기력과 더불어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어느 연기를 해도 이 장점은 필요한 것이고, 때문에 이선균을 빛나게 한다.
■ 필모그래피
이선균의 필모는 화려하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한 이선균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 끊임없이 활동했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내용만 보면 방송 18건, 영화 36건, 공연 1건, CF등 기타 17건 등 총 74건이다. 단역, 우정출연 등등이 있지만, 어쨌든 그가 활동한 현장을 단순 계산해도 1년에 3.9개의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앨범도 두 번 발매했다.
이선균은 뮤지컬로 데뷔 후 ‘연인들’(2001~2002) ‘천년지애’(2003) 등의 드라마와 ‘일단뛰어’(2003) ‘서프라이즈’(2002) 등의 영화에 단역이나 우정출연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중간에 주연급 드라마와 영화가 있긴 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다. 오죽하면 2002년 개봉한 ‘보스상륙작전’에 룸에서 일하는 양아치 역을 맡은 이선균을 찾았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손님은 왕이다’(2006)는 15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대중에게 이선균이란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드라마 ‘하얀거탑’(2007)과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이다. 이전에 이선균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떤 연기를 했는지 대중들은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이 다시 언급됐다. 이후 이선균은 스타급 배우로 급성장한다. 혹자는 이전에도 이선균은 인지도 있는 배우라고 평가하지만, 인지도가 있는 것과 스타급으로 발돋음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보통 이즈음이면 배우들은 흥행작이 될만한 작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선균은 템포를 조절한다. 의도했든 안했든 영리한 선택이었다.
이선균은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감독의 ‘파주’(2009)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와 드라마 ‘파스타’(2010)을 통해 연기력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독보적인 위치에 섰다. 이후 ‘골든타임’ ‘미스코리아’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등의 드라마와 ‘쩨쩨한 로맨스’ ‘체포왕’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성난 변호사’ ‘임금님의 사건수첩’ ‘미옥’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하고 폭넓게 작품을 선택하며 대중과 만났다. 시청률이 부진했어도, 관객수가 저조했어도 사실 이 당시의 이선균에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만큼의 위치였고, 그만큼의 신뢰감 높은 배우였다.
그러나 이선균은 도약을 한 차례 더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와 영화 ‘기생충’(2019)을 통해서다. ‘공감 드라마’ ‘화제성’ ‘인생 드라마’ ‘문제작’ ‘천만영화’ ‘칸영화제’ 등의 수식어를 두 작품을 통해 접하고 들었다.
■ 현재 출연작
이선균은 현재 JTBC ‘검사내전’에서 진영지청에서 일하는 10년차 검차 이선웅 역을 맡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검사 같지 않은 인상에 피의자, 피해자 조사 때도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상대가 진영지처에 나오게 한다. 학번은 자신이 선배이지만,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차명주 역의 정려원과의 관계도 이선균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보여준다.
■ 매력 및 기대 포인트
배우를 평가할 때 중요한 부분이 발음이다. 전달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낙제점이다. 웅얼거리며 대사를 하면, 나머지 부분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선균은 한석규 등과 함께 발음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어느 네티즌이 “드라마 켜놓고 설거지 하면서 듣기만 해도 감정이 전달된다”는 평을 한 것이 무리도 아니다. 어쩌면 앞서 언급했듯이 ‘봉골레 파스타’의 유행어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가 그만큼 발음이 정확하게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편안함이란 무기가 이선균에게는 장착되어 있다. 악역이든, 상류 사회의 일원의 역할을 하든 이선균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혹자는 이를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연기력의 영역 안에서 다양하게 역할을 흡수한다는 면에서 이는 오히려 장점이다. 또 연기와 화제성으로 여러 번 정점을 찍어본 사람들의 연기의 독특함은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받아치는 능력이다. 이선균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