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사용 예시/자료=한국은행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막히는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정부에선 CBDC를 도입해 내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고 하니 끔찍합니다."

한국에선 최근 CBDC 기반의 실증 테스트가 시작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CBDC가 개인 계좌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해, '금융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해 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1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10만 명을 대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실험 ‘한강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디지털화폐 생태계 구축 실험이다.

이번 테스트에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참여해 일반은행에 연결된 토큰 예금으로 특정 거래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재까지는 디지털화폐가 QR 코드로 생성돼 결제에 활용되는 방식이라, 각종 페이 시스템과 사용상 큰 차이는 없다. 향후 CBDC 기술이 고도화되면 '프로그래밍 토큰'으로 발전해 각종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에게 보육 바우처를 제공할 경우, 현재는 바우처를 신용카드 등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라면, 차후에는 프로그래밍 토큰을 이용해 직접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화폐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사용을 향해 나아가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간 경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에 힘을 싣는 동시에, CBDC의 개인정보 침해 요소를 부각하며 디지털화폐 패권 강화에 나섰다. 미 의회에서는 Fed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되는 등 CBDC와 관련한 제품 및 서비스를 미국인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법 정비에 돌입했다.

CBDC 반대자들 사이에서는 CBDC가 현금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향후 현금의 종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화폐의 도입은 결국 돈을 어디에, 얼마나, 누구와 함께 사용했는지 등 정보를 국가가 들여다볼 수 있게해 프라이버시 침해 요소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런 우려는 특히 세금 추징 등에 민감한 자본가들로선 본능적으로 자금 흐름이 기록될 여지가 있는 CBDC를 거부하게 될 요인이 높은 셈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부가적 정보 없이 신원 등을 증명하는 영지식 기술 ▲은행 송금 시 기밀성 구현 ▲이용자 정보제어권을 부여하는 동행 암호 기술 등 방안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 및 각국 중앙은행도 CBDC 시스템상 거래 익명성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활용 실험과 법제화를 진행 중인만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