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CBDC 관련 연구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앞서가는데, 도입은 미국이나 유럽 도입 이후에 하려고 한다. 국제적인 측면에서 시스템이 바뀌어 재투자해야 하지 않도록 세계의 속도에 맞춰서 하려고 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에서 열린 서강멘토링센터 강연에서 한국의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도입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CBDC는 디지털 에셋의 접근을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 코인을 갖고 하지 않고, 공신력이 있는 공공 영역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민간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더라도 달러나 기존 화폐에 가치를 연동시키는 만큼 공신력 있게 공공이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지금결제제도 혁신 및 인프라 확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010년부터 ▲현금 이용세 감소세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 가능성 등에 대비하고, CBDC 관련 글로벌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 CBDC 준비를 진행해왔다.
이날 강연은 서강대 초빙교수로 재직중인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이 총재의 오랜 인연으로 마련됐다.
박 전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이 총재와 '한국은행법' 관련 논의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은행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권갖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한은법 개정안을 추진해 통과시킨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사회를 맡은 박 전 장관은 '월드(월드코인)' 등 민간 기업의 코인들 사례를 들어 중앙은행의 역할을 직접 묻기도 했다.
이 총재는 "샘 올트만이 만드는 도메인에 전세계를 맡긴다고 하면 상당히 다른 위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하나의 민간이 화폐를 컨트롤 하게 하는 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중앙은행 간 커넥션을 만들고 있다"며 '아고라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국제결제은행 및 주요국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CBDC 및 토큰화 등을 활용해 국가 간 지급서비스를 개선하는 내용이다. 한국은행은 그간의 CBDC 관련 연구 결과를 주요국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 등과 공유하고 상호 협력을 확대해 왔다.
이날 이 총재는 CBDC를 이용한 '토큰 경제'의 활용성을 이야기 하면서 ▲정부 바우처 결제▲무역 거래 중간 정산 ▲전세계약 사기 피해 방지 등 사례를 대표로 꼽았다.
현재 한국은행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 중이다. 첫 테스트는 최대 10만명 국민들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적용된 예금토큰을 송금 및 결제에 사용하는 실험으로, 내년 초 진행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음식 배달앱인 '땡겨요'를 통해 해당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