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작년 드라마 ‘봄밤’을 시작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동’에 이르기까지, 정해인은 쉬지 않고 일하는 중이다. 바쁜 활동에 지칠 법도 했지만, 정해인은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유지하며 길게 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어설픈 반항아 상필의 성장기를 다룬 ‘시동’을 연기하며 정해인은 자신의 10대 시절을 떠올렸다. 이미지처럼 모범생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는 손사래를 쳤지만, 그렇다고 마음껏 놀지도 못한 애매한 학생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내 학창 시절은 내세울 게 없었다. 공부도 그렇고, 노는 것도 그냥 어중간한 학생이었다. 시사회 때도 고등학교 친구들이 왔었다. 내가 무대 인사를 하는 걸 보는 것조차 어색해하더라”
큰 일탈을 한 경험은 없어도 학창 시절 부모님의 속을 썩여본 기억은 있다. 정해인은 진로를 두고 부모님과 갈등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누구나 공감할 법한 영화 속 감정들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기한다고 통보한 게 유일한 일탈이다. 아버지와 언쟁이 생기면 방문을 쾅 닫곤 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뿌듯하시고, 묵묵히 응원을 해주신다. 인터뷰 끝나고 밤에 들어가면 저녁에 뭐 만들어서 주시곤 한다. 상필도 사실 나쁜 아이는 아니다.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해 어두운 세계에 빠져드는 인물이다. 나와 성격이 달라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연기한 고두심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볼 땐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 울컥하기도 했다. 감정이 너무 과하게 표현될까 봐 일부러 억눌러야 할 정도였다. 정해인은 함께한 배우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번 영화에 거듭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가 상필에게 ‘가지마. 밥 먹고 가라’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근데 그 한마디 안에 꾹꾹 눌린 감정들이 한 번에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세트장 밖에서 지켜봤는데 다시 그 안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신 찍을 때 촬영장 전체가 숙연하고, 고요해졌다. 친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할머니께서 연로하셔서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 치매가 오셔서 나를 못 알아보시기도 했다. 한 번씩 울컥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두심은 물론, 박정민과 윤경호 등 상대 배우들과 현장에서 호흡하는 경험들은 늘 즐거웠다. 특히 당시 ‘시동’과 ‘봄밤’ 촬영을 병행하고 있었고, 캐릭터 성격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몰입이 됐다며 동료들에 감사를 표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좋았다. 현장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감독님도 도와주시고, 상대 배우도 연기를 통해 내게 도움을 주지 않나. 내가 캐릭터에 빨리 몰입할 수 있게 끌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다만 다작을 하더라도 건강만은 꼭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오래, 꾸준히 연기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필수기 때문이다. 정해인은 스스로의 행복도 지키며, 멀리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 건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연기를 오래, 건강하게 하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소속된 곳에서 행복한 것도 좋지만, 내 행복도 중요하다. 이기적인 것과는 다르다. 내가 주체가 되는 게 중요하다.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비치는 내 모습을 의식하다 보면 놓치고 가는 게 생길 수 있다. 그런 것에 휩쓸리는 순간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