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시장의 핵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치 인공지능 ‘ChatGPT’가 각 산업에 혁신을 몰고 왔듯,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시장의 구조와 규칙을 재편할 가능성으로 주목받는다.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기존 레거시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기술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금 같은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로,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정산을 통해 송금과 결제 효율을 극대화한다. 지난 2024년 스테이블코인의 총 이체 규모는 약 27조 6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거래액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급성장은 단순한 추세가 아닌 금융 생태계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씨티은행 산하 연구기관 Citi Institute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ChatGPT의 순간’을 맞이한 기술로 지목하며, 그 파급력은 향후 AI 못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NHN KCP, 쿠콘 등 국내 관련 종목 주가는 최근 6개월 사이 각각 132%, 150%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강점은 송금·결제 비용과 시간에서의 효율성이다.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가 2.5%, SWIFT 국제송금의 경우 기본 수수료만 20~50달러인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0.01달러 수준의 수수료만으로도 송금이 가능하다. 예컨대 1만 달러 송금 시 SWIFT 방식은 39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스테이블코인은 55달러에 불과하다. 수수료 절감율은 85.9%에 달한다. 더불어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주말이나 공휴일과 무관하게 24시간 365일 이용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리테일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개발에 나서는 배경이 됐다. Shopify는 이미 Coinbase와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자문기구인 TABC는 2028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달러 패권 강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축소에 대응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채 수요 보완이 이뤄지고 있으며, 민간 자금을 단기국채로 유도하는 GENIUS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USDT)와 서클(USDC)는 이미 1449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보유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일 경우 원화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통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본격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NHN KCP는 총 11종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며, 쿠콘은 글로벌 발행사인 테더 및 서클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PG사와 API 인프라 기업들이 결제 처리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이들 기업의 수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통화 정책, 국가 안보, 글로벌 결제 주도권과 맞물리는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융 시장의 판도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준비와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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