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 (사진=연합뉴스)
최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제주항공 2216편 사고에 대해 중간 결론을 발표한 가운데, 유가족을 대리하는 변호인이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23일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뷰어스와의 통화에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관련 사조위의 결론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나 의미 있는 근거 없이 추측성 결론만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미국 항공전문 로펌인 뉴욕의 크라인들러 & 크라인들러와 함께 제주항공 2216편 희생자 유가족 일부를 공동으로 대리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9일 유족 설명회에서 "조종사가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닌 왼쪽 엔진을 정지시켰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 조종사는 버드스크라이크(조류 충돌)로 손상을 입은 우측(2번) 엔진에 대해 비상 절차를 수행하며 엔진 정지를 시도했으나, 실제 동작을 멈춘 것은 좌측(1번) 엔진이었다. 이 같은 대응 실수가 사고를 불러왔다는 게 사조위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는 유가족 측의 반발을 불러왔다. 공항의 구조적 결함이나 안전관리 체계 미비 등 본질적 요인에 대한 분석없이 조종사 개인의 실수로만 책임을 모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 변호사는 "사조위는 이 같은 결론을 뒷받침할 비행기록장치(FDR)나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등 실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그는 보잉737-800 기종의 안전 시스템 미비가 사고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에어버스 A320 기종에는 ▲항공기 상태와 체크리스트를 알려주는 ECAM(전자중앙항공기작동모니터) ▲즉시 작동되는 진화된 신형 APU(신형 보조동력장치) ▲전기와 유압 공급이 중단됐을 때 동체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최후수단인 RAT(램에어터빈) 등의 안전 장치가 탑재됐다.
그러나 보잉737-800에는 이 같은 장비가 없었고, 그 결과 조종사가 조류 충돌로 손상된 항공기의 플랩과 랜딩기어를 조작·착륙시키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승객과 승무원의 생존 가능성을 없앴다는 것이다.
정보 공개의 부족함도 짚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사조위는 사고 마지막 4분간 FDR과 CVR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는 "결정적인 시간대의 대응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조사 당국이 이 지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원인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 하 변호사는 "사조위는 엔진 전체 고장 및 비상착륙 상황에 대한 제조사의 부적절한 매뉴얼과 절차 등 가능성 있는 원인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처럼 저고도에서 두 엔진이 모두 작동하지 않는 경우, 조종사는 APU를 즉시 가동해 착륙에 필요한 플랩, 랜딩기어, 스포일러 등의 작동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 APU는 항공기에 보조 동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기내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장비다.
다만 사조위는 APU(보조동력장치), IDG(통합구동발전기), 역추진 장치, 날개 플랩 등 여러 구성요소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만약 APU 즉시 가동 절차가 실시됐다면 활주로 이탈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하 변호사 측의 설명이다.
하 변호사는 "지금과 같이 실질적인 증거도 없이 조종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히 조사에서 얻은 일부 정보만 선택적으로 유출하는 것은 부당하고, 사조위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