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제작한 AI 이미지. (사진=챗GPT)
국내 AI 기술의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총 15개 주요 IT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렸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SKT, KT,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 외에도 코난테크놀로지, 업스테이지, NC AI, 루닛 등 강소기업들도 참여하며 이목을 끈다. 이들 기업은 차별화된 AI 기술력으로 사업 선정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오는 2027년까지 최신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을 가진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다. AI 기업에 컴퓨팅 인프라를 집중 지원해 국산 LLM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버린 AI(주권형 AI)'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은 기술력 및 개발경험(40점), 개발 목표 및 전략·기술(30점), 파급효과 및 기여계획(30점)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성숙도 ▲논문·특허·오픈소스 등 독자 기술 보유 여부 ▲AI 모델 상용화 경험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자원 활용 이력 ▲국민 AI 접근성 향상 계획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 ▲모델·데이터 공개를 통한 생태계 기여 방안 등을 따진다.
사업자에 선정되면 AI 필수 인프라인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데이터와 인재 등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완성된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솔라 프로2' 대표 이미지. (사진=업스테이지)
이번 공모에는 기존 대형 ICT 기업뿐 아니라 강소 AI 기업, 게임사까지도 컨소시엄 주사업자로 나섰다.
먼저 업스테이지가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에서 AI 개발을 총괄했던 김성훈 대표가 지난 2020년 설립한 AI 스타트업으로,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솔라'를 보유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 언어 데이터 전문기업 플리토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업스테이지가 지난 10일 선보인 차세대 LLM '솔라 프로2'는 글로벌 빅테크 모델에 비견되는 성능을 지녔다. 해당 모델은 독립 LLM 성능 분석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가 최근 발표한 '지능 지표'에서 프런티어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업스테이지에 따르면 '솔라 프로 2'는 58점을 기록하며 '미스트랄 스몰(55)', 'GPT-4.1(53)', '라마 4 매버릭(51)', 'GPT-4o(41)' 등 빅테크를 제치고 더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이들 모델이 약 1000억~2000억 매개변수를 탑재한 데 비해, '솔라 프로2'는 310억 매개변수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효율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사진=코난테크놀로지)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코난테크놀로지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사이냅소프트, 알체라, 페블러스 등 AI 전문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3곳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카이스트 등 국내 대학 4곳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 2023년 자체 개발한 LLM '코난'을 선보이며 AI 기업으로 발돋움한 바 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일반 모델과 추론 모델을 통합한 '코난 LLM ENT-11'을 선보였으며, 해당 모델은 작문, 추론, 코딩 등 8개 항목에서 딥시크 R1 모델을 능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난 컨소시엄이 프로젝트에 제출할 과제명은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및 학습 효율화 기술 개발'이다. 제조업 인공지능전환(AX) 플랫폼을 산업단지를 주축으로 확산하고, 학교 AI 플랫폼을 구축해 AI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아울러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AI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사진=NC AI)
국내 게임사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2월 출범한 AI 전문 자회사 NC AI가 주인공으로, 이 회사는 엔씨소프트가 14년간 쌓은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기업이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바르코 LLM'을 보유했다. 국내 게임사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언어 모델로, 한국어 성능, 한국 문화 이해도에 강점을 지녔다. 특히 지난해 9월 공개한 '바르코 LLM 2.0'은 로직코리아 벤치마크에서 매개변수 100억개 이하 동급 모델 중 1위를 기록했고, 추론·수학·글쓰기·코딩·문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성능을 입증했다.
NC AI는 패션,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화된 버티컬 AI를 제작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할 계획이다. 일례로 NC AI가 국내 주요 패션 기업 10곳에 도입한 '바르코 아트' 솔루션의 경우 디자이너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3.2초 만에 10종 이상의 의류 디자인을 자동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 의료 AI 기업 루닛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트릴리온랩스, 카카오헬스케어 등과 함께 사업을 신청했다. 한국어 특화 LLM을 개발한 트릴리온랩스와 손잡고 범용 LLM을 비롯해 의료 특화 LLM 모델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루닛은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의료 분야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암을 포함해 다양한 질환에서 발생한 방대한 양의 의료 영상과 임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정밀 진단 및 맞춤형 치료로 확장할 수 있는 기초 모델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진단용 의료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파트너십으로 AI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제출서류의 적합성 검토 이후 서면평가를 통해 10개팀으로 압축한 뒤 발표 평가를 통해 총 5개팀으로 압축한다. 이어 사업비 심의·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 정예팀 최종 선정 및 협약 체결 등을 8월 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