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사진=포스코)

■ 수익 구조 흔들린 장치산업···성장 찾아 진화

탈탄소·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장치산업은 본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정유·조선은 전혀 다른 산업과 결합하며 활로를 찾고 철강은 대규모 공정 혁신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체질 개선’과 ‘무리한 확장’의 경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조선업은 방산과 만나면서 시장을 넓혔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전투함 등 고부가 방산 플랫폼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글로벌 방산 수출전략과 맞물린다. 정유업계도 SAF·바이오연료에 투자해 이미 국제선사와 항공사에 납품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종결합은 시장성과 현실성이 동시에 뒷받침될 때 기업 생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실현성·경제성’ 이중 난제 빠진 사업 ‘수두룩’

철강의 내부 전환은 험난하다. 포스코의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기술이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와 수소 공급망의 미비로 상용화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연간 3800만 톤의 철강을 수소 기반으로 생산하려면 연간 370만 톤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는 2040 국가수소 로드맵 목표치의 약 70%에 해당한다.

에너지 수급도 난관이다. 하이렉스 전환 시 전력 사용량은 기존 대비 약 6.4배로 늘어난다. 이는 고리 원전 신1호기 용량의 3.7배에 달한다. 수소환원제철이 탄소 절감을 목표로 하지만, 청정수소 부족과 전력 공급 부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 E&S는 인천에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를 세웠지만 현재는 한 기지만 가동 중이다. 총 7000억원을 들여 하루 30t 생산 설비를 마련했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자회사 아이지이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효성의 액화수소 사업 역시 인프라 지연과 수요 부족으로 계획이 늦춰지고 있다.

배터리에 올인한 SK온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 출범 이후 매년 수조 원대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34%를 넘어섰다. 빠른 시장 점유율 확보 전략이 오히려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 청사진만으로는 부족···시장과 현실 뒷받침 필수

정유사들의 SAF 투자는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도 크다. 코프로세싱 방식은 초기 투자비용이 낮으나 수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SAF 1톤을 생산하기 위해 약 10톤의 원료가 필요하다. GS칼텍스는 블렌딩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업계 전반에서 조 단위의 SAF 전용 설비 투자는 “아직은 이르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산업 간 이종결합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한화오션의 방산 결합, 정유사의 SAF 진출은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생존의 전략적 확장과 무리수의 모험을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시장성과 실현 가능성을 동반하지 못한다면 ‘이종결합의 시대’는 오히려 산업 경쟁력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