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건조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글로벌 군비 경쟁이 거세지면서 조선과 방산의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철강 대신 방산과 결합한 과정은 조선업의 생존 논리를 넘어 국가 전략산업으로의 재편을 이끄는 분수령이 됐다. 이제 한국 조선업계는 상선 의존에서 벗어나 군수·특수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철강과 방산 사이의 갈림길서···방산과 손잡고 탄생한 한화오션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은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두 회사가 맞부딪혔다. 포스코는 철강-조선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절감과 안정적 판로 확보를 내세운 반면, 한화는 방산-조선 융합을 통한 육·해·공 무기 풀라인업 완성을 강조했다. 당시 선택은 유보됐으나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의 품에 안겼다.

대우조선이 단독으로 상선 중심 사업을 하던 시절, 수주잔량은 세계 2위를 지켰지만 불황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세계 시장의 흐름이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대우조선은 2015~2021년 누적 7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한화오션으로 재편된 지금은 해양 방산이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 조선업계 전반이 상선 의존을 줄이고, 방산과의 융합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HD현대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합병, 자산 3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조선사를 출범켰다. 특수선·함정 분야에서 수주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융합···군비 경쟁과 맞물린 기회

그간 방산 분야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중공업은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해군 지원함 MRO 협력에 나서며 방산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삼성중공업은 MRO 사업 협력의 성과를 토대로 향후 상선 및 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사 간 ‘원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정 발주는 G2G 계약 구조로, 정부 주도 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세계 군비지출은 2023년 2조4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호주 등 해양력 강화에 집중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향후 10년간 신규 함정 계약만 36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조선–방산 융합은 한국 기업들이 이 거대한 수요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다.

■ 미국 시장은 관문···진짜 승부는 기술과 체력

그러나 위험도 존재한다. 군수선은 정치·외교 변수에 민감하고, 개발·납품 주기가 길어 재무적 부담이 크다.

한화는 한화퓨처프루프를 통해 방산·에너지 자산에 투자하고,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으나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이며, 환율·금리 리스크도 잠재적 위험 요소다.

한화퓨처프루프는 올해 상반기 기준 307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고,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적자가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선업은 더 이상 단순한 선박 산업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전략산업의 한 축으로 편입된 이상, 방산 융합의 성과를 구체적 실적과 기술 경쟁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제를 풀어낼 때 한국 조선업은 글로벌 군비 재편 속에서 독자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