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휴가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서 잇따라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검토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휴가 중인 대통령까지 나서 경고했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정우 전 회장부터 장인화 회장에 이르기까지 경영진은 수차례 안전경영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해마다 노동자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법적 처벌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 반복되는 죽음은 포스코가 안전경영을 실질적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스코이앤씨, 2주 새 두 번의 사고… 올해만 네 번째 죽음

지난 7월 말과 8월 초, 불과 보름 사이 두 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만 네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7월 28일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진 지 일주일 만에 8월 4일 또다시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간격이 짧아질수록 현장의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포스코 그룹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04건, 이 중 18건이 사망 사고였다. 특히 포항·광양제철소에서는 해마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된다. 부식된 배관을 밟고 추락하거나, 무인화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줄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가 대부분인 하도급 구조와 노후 설비, 안전 절차 미준수 등이 사고 발생 주원인으로 꼽힌다.

하청 목숨 위에 세워진 ‘세계 1위 제철소’…10년째 판박이 사고

2020년과 올해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추락사 두 건은 장소·원인·피해자 위치까지 판박이였다. 2016년·2019년·2022년에는 포항제철소 고온 작업장에서 화상 사고가 발생했고, 2019년에는 크레인 협착·추락 사고도 있었다. 반복되는 패턴은 포스코의 안전 대책이 근본 원인 제거에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눈에 띄지 않는 위험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집단역학조사에 따르면 포스코 제철소 근로자 상당수가 벤젠, 니켈, 일산화탄소 등 발암물질에 노출됐다. 판정 사례는 폐암 17건, 폐질환 6건, 혈액암 6건, 심장질환 2건 등이다.

산재 신청은 121건, 이 가운데 58건은 판정이 완료됐지만 63건은 미처리 상태다.사고처럼 즉각 드러나지 않지만 수년 뒤 암으로 이어지는 직업병은 더 무겁게 기업의 체질을 갉아먹는다.

지난해 광양 리튬 계열사 공장에서 수산화리튬 분말이 유출돼 300여 명이 호흡기 이상을 호소한 사건은 제철소의 안전 문제가 단순한 산업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일상까지 위협하는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줬다.

지역사회 위협하는 시간차 폭탄···“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

포스코의 산업재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는 흔들리고,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위험한 사업장’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인력 유출은 가속화되고, 지역사회와의 갈등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유해 화학물질 유출과 직업성 암 발생은 언제든지 지역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시간차 폭탄’이 될 수 있다. 포스코의 안전 부실은 노동자의 죽음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삶과 환경까지 파괴할 위험으로 이어진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윤리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의 생존 문제다. 포스코가 구조적 안전 불감증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기업 존립을 넘어 지역사회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리스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