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 방사청, 소극적 태도서 급선회···감점 1년 연장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면서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조치로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으며,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방사청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을 2026년 12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최초 확정 판결 시점(2022년 11월)부터 3년을 적용하던 기존 방침을 바꿔 2023년 12월 확정 판결을 새 기준으로 본 것이다.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방사청 소속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촬영해 보관한 사실은 2018년 불시 감사에서 드러났다. 2019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25명이 기소됐고, 2022~2023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방사청은 “형 확정 전에는 감점 불가”라는 규정을 이유로 입찰을 중단하지 않았고, 2020년 기본설계 사업에서 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간 방사청은 사실상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기밀 유출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형 확정 전에는 감점 불가”라며 별도의 제재를 미뤘고, 지난해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행정지도에 그쳤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방사청이 사실상 사업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방사청은 최근 돌연 입장을 바꿔 보안 감점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즉각 반발했다. 회사 측은 입장문에서 “해당 사건은 직원 9명이 동일 사건번호로 기소된 보안사고”라며 “이미 가중점을 포함한 1.8점 감점을 받은 사안인데,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방사청이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매우 부당한 처사로,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해 재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의계약 vs 경쟁입찰’…끝나지 않은 줄다리기

이번 보안 감점이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불투명하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중이지만, 수의계약으로 갈지 경쟁입찰로 갈지 최종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 설계를 맡은 업체가 수의계약을 맺고 선도함을 건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오션은 공정성을 위해 “경쟁입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쟁입찰이 확정될 경우 보안 감점이 HD현대중공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수의계약으로 흐른다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KDDX 사업은 총 6척 규모, 7조8천억 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개발 사업으로 이미 추진 지연으로 전력화 차질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사청의 전격 발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