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정치권과 금융권 전반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이익만 챙기고 손실은 사회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 논란과 농협의 인수설까지 불거지며 ‘MBK 먹튀’ 논란이 국감장을 달궜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6121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 9천억원 물려있는 국민연금 ‘불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4일 국정감사에서 “MBK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약 9000억 원 수준”이라며 “상환은 불확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투자 판단과 결과에 책임이 있다”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운용 전 과정에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 분야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증인으로 출석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회생의 유일한 길은 M&A”라며 “매각 성사가 돼야 회사가 산다”고 말해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의원들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떠넘기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 “농협이 인수하나?”…강호동 회장 “검토한 적 없다” 선긋기

홈플러스 인수설은 농협으로까지 번졌다. 24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어기구 위원장이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 회장은 농협의 유통사업이 너무 어렵다며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어 위원장이 공익적 관점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재차 당부하자 강 회장은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 실패를 넘어 사모펀드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손실, MBK의 소극적 대응, 농협 인수설까지 이어지며 “사모펀드 먹튀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원들의 적극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