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휴머니멀' 방송화면 캡처
6일 첫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은 일명 ‘눈물 시리즈’로 불린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을 연출한 김진만 PD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번 ‘휴머니멀’은 앞선 자연 다큐멘터리와 달리 ‘휴먼’이라는 단어라 붙여졌지만, 큰 궤도에서 보면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김 PD는 전작들에서 꾸준히 자연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인간과 맞닿는 지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번 ‘휴머니멀’을 통해서는 그 부분을 부각시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범지구적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눈물 시리즈’에서는 영상의 힘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일반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오지를 안방까지 전해주면서 오는 차별성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함께 비추면서 대비 효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휴머니멀’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휴머니멀’의 1부인 ‘코끼리 죽이기’는 인간의 사치와 쾌락을 위해 희생되는 코끼리들의 참혹한 현실을 프레젠터 박신혜의 눈을 통해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코끼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헌신적인 야생동물 운동가들을 만나 공존의 실마리를 찾는다.
우리와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곧 우리의 이야기로 환원시키는 것이 김 PD의 힘이다. 먼 곳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끔 한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따뜻하게 그리면서도 그것이 파괴되어가는 현실을 동시에 그리면서 눈물 흘린다.
때문에 배우 박신혜가 코끼리에게 지어준 ‘툴루펠로’(한국말로 희망)라는 이름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박신혜는 프레젠터로서 그 현실을 직접 마주하고 눈물을 흘리고, 죽음과 삶의 위태한 경계에서 살고 있는 코끼리들을 보호하기 위한 GPS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희망’이란 이름을 지어준 것은 어쩌면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큰 목표이자 바람이다.
앞으로 남은 4회 분량의 방송에서는 야생보전 전문가와 트로피 헌터(사냥을 오락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야생동물들을 함부로 사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되고 있는 동물들, 존엄성을 잃어가는 동물들을 조명하면서 공존의 해법을 고민할 예정이다.
비인두암을 겪고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김우빈은 이번 프로그램에 내레이터로 참여했는데, 그가 화면을 통해 느낀 감정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변한다. 김우빈은 이 작업에 함께 하면서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답은 이랬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진짜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었을까”
이러한 감성적인 각성은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큐로 인해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지만, 적어도 오늘 보단 ‘희망’적인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