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실망과 심려 끼쳤다”며 전격 사과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오후 3시 서울 삼성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사과문을 발표, “오직 회사 가치를 제고하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오후 3시 서울 삼성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경영권 승계 논란 사과…“자녀에게 경영권 승계 없다”
이 부회장은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고 이는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의 현안에 대해 이 부회장은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저와 삼성은 승계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해 뇌물혐의로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안 생기게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도 결코 하지 않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며 “2014년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이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면서 “미래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됐고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현재의 절박한 위기의식”이라면서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한 인재 등용 계획을 언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기는 주저해왔다.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오후 3시 서울 삼성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무노조 경영’ 포기…노동삼권 보장·준법감시위 독립 활동
노사문제에 대한 입장에서는 “삼성의 노사문제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또다시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면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는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라면서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마무리 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3차 회의를 연 뒤 "노동·승계·시민사회와의 소통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라"며 삼성에 권고안을 보낸 바 있다.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 등을 요구했다.
삼성은 비상경영 상황 등과 맞물려 답변 기한을 한 달 가량 요청했고 준법감시위는 이달 11일을 기한으로 정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사과한 이후 5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