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자료=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 희망으로 떠오른 렘데시비르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이 길리어드의 3개월치 생산 물량을 싹쓸이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 미국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CNN방송과 AFP통신 등은 미국이 9월 말까지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생산하는 렘데시비르 물량 중 92%를 독점 구입했다고 3일 밝혔다.
길리어드가 7월 생산하는 물량은 100% 구입하고, 8월과 9월 생산량 중 90%를 확보했다. 해당 물량으로 50만 회 이상 치료과정에 사용할 수 있다. 렘데시비르는 치료가 길어지면 10회 투약, 기본은 5회 투약인 점을 감안하면 250만에서 500만 병 분량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물량이 미국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 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치료제는 3개월 동안 거의 미국으로만 공급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렘데시비르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길리어드는 오는 10월까지 50만회 이상, 12월까지 200만회 이상 투약 가능한 물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NN에 따르면 이 물량이 전 세계로 배포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현재 길리어드는 약 14만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150만 병 가량을 전 세계에 기증한 상태다. 해당 물량으로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중증환자에 투약을 시작했다. 이 같은 기증 물량이 다 소진될 시 따로 수입을 해야 하는데, 아직 약가 책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급 부족 우려부터 커지고 있다.
길리어드는 인도와 이집트, 파키스탄 등 5개 국가 제약사에 렘데시비르 복제약 생산을 허용한 바 있다. 북한 등 127개 저소득 국가 공급을 위한 것인데, 한국은 해당 목록에 없어 길리어드를 통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9월까지는 길리어드가 생산하는 렘데시비르가 전 세계로 원활하게 공급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달 말까지는 무상공급 물량을 우선 확보해 국내 코로나19 환자에 투약하고, 내달부터는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해 수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어제까지는 렘데시비르의 높은 가격을 향한 우려가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물량 확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 리버풀대학 앤드루 힐 선임객원연구원은 CNN을 통해 “단일국가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해 전체 약품 공급량을 징발한 상황을 결코 알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능 입증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환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임상시험에 참여했는데 혜택은 미국만 보는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