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렘데시비르 가격을 병당 390달러(약 47만원)로 확정했다. 열흘 치료 시 4290달러(약 515만원)으로 기존 예상치 5080달러(약 611만원)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공공보험 가입자의 경우로, 민간보험 가입자는 더 큰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메디케어 등 공공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렘데시비르 1병을 390달러, 민간보험 가입자는 520달러(약 62만원)에 공급받게 된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공공보험 가입자가 민간 시장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렘데시비르 가격을 이원화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이 공개한 수입 렘데시비르(자료=연합뉴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대상 렘데시비르 투약 치료 코스는 첫날 2병, 이후 4일간 1병씩으로 총 5일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정상치료 코스에 따라 5일 치료 시 공공보험 가입자의 경우 약값으로 2340달러(약 281만원), 민간보험 가입자는 3120달러(약 374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치료가 길어져 10일 과정으로 투약하게 되면 4290달러(약 515만원)에서 5720달러(약 687만원)로 약값이 뛰게 된다. 공공보험 가입자의 경우 기존 예상치보다 약값이 싸지지만 민간보험 가입자에게는 더 비싸진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대니얼 오데이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치료제는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예상치보다 약값이 저렴해진 이유로 일각에서는 덱사메타손의 등장을 꼽고 있다. 지난 16일 영국 정부는 저가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맞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격이 약 5파운드(약 7,600원) 가량에 불과한 저가 약물이다.
이처럼 저가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효용성을 보이자, 당초 굉장히 고가로 형성됐던 렘데시비르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가격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고가인 탓에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약값 책정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으나 아직 약가 협상이 아뤄진 바 없어 미지수다.
길리어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제약사는 10일 치료 기준 1000달러(약 120만원) 미만으로 약값을 책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네릭 또한 이처럼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국내에 수입되더라도 부담 없는 가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 반장은 “협상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구매력과 가격 책정에 대한 제약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조 흐름 역시 중요한 변수”라며 “실제 협상에 들어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