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FNC엔터테인먼트)
[뷰어스=박정선 기자] 웬 노란 머리의 남성이 인터뷰 장소에서 제집 안방인양 잠을 청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FT아일랜드의 인터뷰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노란 머리의 주인공은 10년차 밴드 FT아일랜드의 보컬 이홍기다. 아 이토록 자유로운 영혼이라니.
자다 일어나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갑자기 옆 탁자에 마련된 샌드위치 하나를 덥석 집어삼켰다. 음료수 한모금과 함께. 보통 취재진 앞에서 조심스러운 여타 가수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가 밉지 않은 이유는 그런 장난스런 행동과 말투를 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누구보다 성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일 거다.
그의 자유분방하고 고집스러운 행동은 익히 유명하다.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닌 게 그런 고집스러운 행동 덕에 지금의 FT아일랜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007년 ‘사랑앓이’로 데뷔한 이들은 ‘아이돌 밴드도 밴드냐’는 조롱에도 묵묵히 팀을 이끌어왔다. 소속사와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고 드디어 온전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18일 공개된 여섯 번째 정규앨범 ‘웨어스 더 트루스?(Where's the truth)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데뷔하고 나서 대중적인 음악과 보컬 위주의 발라드를 하게 된 이유가 있었어요. 그래야 흥행이 되니까. 어쩔 수 없는 편견들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저희의 색깔이 아니에요. 이번 앨범부터는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어요.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에서 이번 타이틀을 정하게 됐죠.”
(자료=FNC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테이크 미 나우’(Take Me Now)는 자신들을 짓누르는 편견과 오해에 맞서 진실을 찾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답이 아닌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길을 가겠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실제로 FT아일랜드가 현재까지 걸어온 길과 매우 닮아 있다.
“지금까지 대중들이 좋아했던 색깔도 버리는 건 아니에요.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존의 것들을 가지고 가되 우리 팀만의 색깔을 덧입히는 거죠. 쐐기골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서 하드한 걸로 한 번 더 가길 원했어요. 아마 앨범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가 타이틀곡에 대한 것일 거예요. 여름이기도 하고 음악방송까지 생각해서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하게 됐어요. (이홍기)
수많은 조롱과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 어느덧 10년차 밴드가 된 FT아일랜드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까지 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들은 고비 한 번 없이 지금까지 줄곧 자신들의 음악을 내놓기 위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그렇게 함께 하다 보니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세 달 동안 술을 마셨어요. 어린 나이에 아이돌 밴드로 처음 데뷔해서 인디 신의 밴들한테 욕이란 욕은 다 먹은 것 같아요. 이렇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컸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가면서 멤버들끼리 서로 다잡았던 것 같아요. 이 팀을 떠날 마음이 전혀 없어요. 다섯 명이 아니면 안 되는 걸 알아요. 최초로 데뷔한 아이돌 밴드가 가장 오래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들은 처음부터 ‘다섯 명 아니면 안 돼’라고 말할 만큼 호흡이 완벽하진 않았다고 했다. 조금씩 밴드에 대해 이해하고 재미를 느끼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쾌감이 팀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결국 ‘음악’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꿈이 이들을 결속력 있게 묶어준 셈이다.
“처음 밴드 했을 땐 이해를 못했어요. 각자 다른 걸 하고 있는데 조화를 이뤄야 한다니까. 대화가 안 되고 자기 힘든 것만 알았죠. 그러다 이야기가 맞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때부터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밴드를 알아가고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던 경험이 있었고요. 우리 손 안에서 음악이 시작되고 그걸 끝맺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잖아요.”
(자료=FNC엔터테인먼트)
정규 6집 앨범에는 이홍기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테이크 미 나우(Take Me Now)와 아웃 오브 러브(Out of Love),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를 비롯해 리더 최종훈의 자작곡 가면, 너에게 물들어, 파파라치(Paparazzi), 이재진의 자작곡 루즈(Lose),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 FT아일랜드 일본 정규 6집 ‘N.W.U’에 수록된 곡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전 멤버가 보컬에 참여한 위 아(We Are…) 등 9곡이 수록됐다.
멤버들이 직접 만든 앨범이다 보니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이홍기는 음원 성적에 대해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승현은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거의 포기했다”는 이홍기의 말에 또 한 번 그는 “포기한 건 아니다”라면서 욕심을 내비쳤다. 마치 콩트를 하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욕심도 있고 책임감도 있어요. 어렸을 때 우리가 원하는 음악은 하지 않았지만 인기와 인지도는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 인기로 인해서 지금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알릴 수 있게 된 거니까요. 밴드 시장에 나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런 걸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돼요. 과거에는 인디신까지 생각하면서 가슴조리며 했는데 지금은 탄탄한 사운드가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어요. 아직도 신경이 안 쓰이진 않지만 결국은 그들도 우리를 좋아하게끔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FT아일랜드는 “가장 오래 남는 밴드”가 되고 싶다면서 팬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한 마디를 남기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나이를 먹고 결혼해도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밴드로서 잘 되고 싶어요.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어요. 지금 얘기하면 재미없으니까 그 때 되면 마케팅으로 꼭 알려드리겠다”면서 끝까지 취재진과 기분 좋은 밀당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