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쇼파르뮤직)
[뷰어스=박정선 기자] 바닐라어쿠스틱. 이름부터 달달한 밴드다. 이들은 말랑말랑한 가사와 음악 거기에 담백한 보컬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이들이 지난해 발매된 정규 3집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의 파트2를 통해 이별을 말했다. 물론 이별에도 이들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지만 우리가 흔히 알던 그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후 1년 3개월 만에 돌아온 바닐라어쿠스틱은 다시 그들의 강점인 달달한 사랑노래를 내세웠다. 앨범의 제목은 ‘스윗 케미스트리’(Sweet chemistry)다. 대놓고 사랑을 이야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역시나 음악은 바닐라어쿠스틱 그 자체였다.
지난 앨범을 들고 나올 당시 “이별했다”던 멤버 바닐라맨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그는 아니라고 했지만 연애를 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들 정도의 사랑스러운 음악들을 선보였다. 수록곡들의 제목부터 가사까지 이보다 더 달콤할 수는 없다.
“이번 앨범에서 봄 느낌이 좀 나죠? 여름에 나올 앨범이니까 밝은 노래를 결정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난 앨범 인터뷰애서 이별했다고 말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하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연애는 하진 못했어요. 이별의 아픔을 극복했기 때문에 밝은 노래가 나온 게 아닐까요? 하하.”(바닐라맨)
앨범명이 ‘스윗 케미스트리’인 것처럼 이번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케미’다. 멤버들끼리의 케미도 있을 테고 이들의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과의 케미도 마찬가지. 이번 노래들을 통해 멤버들은 알 수 없는 화학적 작용들이 일어나길 기대했다. 그래서인지 앨범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타이틀곡이 무려 3개다. ‘스윗 케미’부터 ‘놀아줘요’ ‘디어’까지.
“어느 곡 하나 버리기 아까워서요. 들으면 좋아요. 우리 음악이지만 계속 듣고 싶은 느낌?(웃음) ‘놀아줘요’ 같은 경우는 가사가 정말 와 닿았어요. 가사가 딱 오빠 얘기더라고요. 귀차니즘이 살짝 있어요.”(성아)
“맞아요. ‘놀아줘요’ 가사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사를 재미있게 보시면 더 듣기 좋을 것 같아요. 성아 말대로 제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죠. 살짝 투덕거리는 느낌도 있고요. 사실 가사적인 측면에서는 ‘디어’가 가장 애틋해요. 제 마음가짐을 담은 곡이라고나 할까요. 시간 앞에 작아지지 말라고 이야기 하죠. 젊고 파릇파릇한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가끔, 아주 가끔 작아지는 경우가 있어요.(웃음) 그럴 때 용기를 북돋아주는 노래입니다.(바닐라맨)
(자료=쇼파르뮤직)
인터뷰 중에도 장난스럽게 투덕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놀아줘요’의 가사와도 일부 흡사한 곳이 있었다. 지난 앨범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바로 멤버 구성이다. 바닐라맨과 성아 그리고 타린까지 세 명이 함께 했던 이들은 올해, 정규 앨범으로는 이번 앨범부터 2인조로 활동하게 됐다. 분명 큰 변화였을 텐데도 이들은 장난스러운 이야기들로 현실을 마주했다.
“네, 타린이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둘이서 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있었죠. 특히 바닐라맨 오빠와 저, 두 명이서 작업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했고요.”(성아)
“빈자리를 채우려고 새로운 남자 보컬을 영입할까 생각도 했어요. 성아는 남자 멤버 영입에 대해 대찬성을 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엔 걱정 진짜 많이 했죠. 그래도 빈자리를 많이 채우려고 노력했으니까 음원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바닐라맨)
사실이 그렇다. 타린의 팀 이탈을 모르고 들었다면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다. 여전히 달달하고도 쓸쓸함이 묻어나는 성아의 보컬과 바닐라맨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가 그렇다. 곡 자체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비해 오히려 사운드적인 면에서 더 풍성해 진 느낌이다. 더구나 앨범 트랙리스트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
“앨범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해요. 대표님도 역시 트랙리스트 짜는데 심혈을 기울이시는 분이고요. 디지털 음악이 대중화됐지만 옛날 사람들은 여전히 앨범을 찾잖아요. 곡을 쓸 때 제가 생각한 것들을 딱히 설명하지 않아요. 그런데 대표님과 생각이 잘 통했던 것 같아요.”(바닐라맨)
이들은 인디신을 기반으로 시작한 밴드다. 자체적으로 만든 음원을 내고 공연으로만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방향성은 인디신에 속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은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밴드다. 그만큼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바닐라어쿠스틱은 이런 변화에 대해 오히려 부담감이 있었다.
“사실 (음원순위에)조금 기대를 하고 있는데 대형 가수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하하. 사실 전 앨범이 그 전 앨범보다 반응이 조금 떨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 힘들긴 했는데 앨범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엔 너무 음악을 오래 했어요.(웃음) 감정의 기복은 있지만 데미지는 크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들어주실 테니까요.(바닐라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