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김재범 기자] 영화의 흥행 성패는 ‘기획’이 절반이란 말이 있다. 어떤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그 영화 자체의 색깔이 정해지고 또 스토리와 캐릭터의 정체성까지 정리가 된다. 지금까지 극장가 최고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기획’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여러 작품들이 있다. 해당 작품 언급은 선입견 방지를 위해 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작 준비 중이고 또 제작을 위해 기획 중이거나 또 기획 단계에서 시도를 했고 또는 루머처럼 떠돌던 황당한 ‘기획’은 아주 많았다. 앞서 언급한 선례를 넘어 충무로 역사상 최고의 황당 기획으로 남게 될 뻔한 영화 ‘기획’들을 모아봤다.
■ ‘무한도전’이 영화로?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이란 타이틀로 시작된 뒤 지금의 포맷으로는 2006년 5월 정착됐다. 다인체제 MC, 리얼 버라이어티, 미션 수행 등 현재 예능 판도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프로그램임에는 분명하다. MBC의 간판 프로그램이 된지 오래다. ‘무도 마니아’를 넘어 ‘무도 폐인’까지 만들어 낼 정도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2008년쯤이다. 난데없이 ‘무한도전’의 영화화가 기획되고 있단 소문이 있었다. 실제 몇몇 매체에선 기사화까지 했었다. 순수 예능프로그램을 영화로 옮긴다는 발상자체가 황당했다. 하지만 일부 ‘무도’ 편들은 ‘김태호PD 라면?’이란 가정 속에서 다양한 영화 포맷 가상 시나리오를 쏟아내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루머였다. MBC관계자는 “들은 바도 없고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재석 측도 당시 “다른 멤버들 자체가 방송 스케줄로 인해 영화화가 된다고 해도 출연이 불가능하다”면서 “의리를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하하가 군입대로 빠지는 데 다른 멤버들이 영화화 선택에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선한 기획이 될 수는 있었지만 가장 황당했던 영화화 시도 중 하나였다.
■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로?
이승만 박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극명하다. 보수 단체는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진보 단체는 초대 대통령이란 상징성은 인정하지만 그의 넘치는 ‘과’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2014년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란 제목의 영화가 제작된다는 제작발표회 공문이 각 언론사에 뿌려졌다. 당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촌극’의 연속이었다.
이날 소개된 이 영화의 총감독은 개그맨 출신 서세원이었다. 목사로도 활동 중인 그는 단상에 올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예배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어 듣기에도 민망한 색깔론과 할리우드 스타의 캐스팅 주장 1000만 흥행에 버금가는 히트작 등을 자신했다.
결과는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 상황도 없다. 총감독으로 섭외된 서세원은 그 시기 이후 아내 서정희와의 이혼 및 각종 추문에 휩싸이며 두문불출했다.
■ ‘로보트태권V' 거대 로봇 실사화 국내에서?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를 기억 못하는 세대가 있을까.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의 대명사이자 국내 최고의 로봇 아이템이 바로 ‘로보트 태권V’다. 이 추억의 고전 만화가 실사로 기획됐었다. 불과 8년 전 얘기다.
제작사 (주)로보트태권브이는 200억원 규모 제작비로 실사판을 제작하겠다며 일부 영상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연출은 당시 ‘세븐 데이즈’를 만든 원신연 감독이 확정됐었다.
주식회사 로보트 태권V 신철 대표는 당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차이 세월의 차이가 있는 만큼 새로운 캐릭터를 디자인할 것이다"며 "'트랜스포머' 기술팀이 합류하는 게 확정됐으며 국내의 주요 CG업체가 총동원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2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투자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SF블록버스터에 대한 불신이 투자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2012년 2월쯤 ‘로보트 태권V’의 제작은 무기한 연기가 됐다.
앞선 두 편의 황당함과는 분명 다른 지점에 있었지만 너무도 시대를 앞서나간 기획물이었단 평가가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