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뫼비우스 스틸컷

김기덕사건 공동대책위가 문화예술계의 관행을 꼬집고 김기덕 감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김기덕 감독을 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배우 A씨 사건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김기덕사건 공동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4년 전 사건에 대한 경과 보고 및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 자리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박재승 찍는페미 대표, 이명숙 변호사(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A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여배우 A씨는 영화 ‘뫼비우스’를 찍던 중 김기덕 감독에게 연기 지도라는 명목 아래 뺨을 맞았고 시나리오 상에 없었던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장면도 강압적으로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이같은 내용이 접수됐으며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상황이고 다수의 스텝이 보는 가운데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스텝들 중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하면 영화적 연출자의 입장을 다시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 동시에 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습니다. 폭력 부분 외에는 시나리오 상의 있는 장면을 연출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 일로 상처를 받은 그 배우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 김기덕 감독 폭행사건에 대한 각 단체의 발언

“영화인의 인권을 보장하라. 너무나 당연한 말을 드리고자 한다. 4년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다. 이분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지만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답을 듣지 못했다. 올1월에 영화인신문고를 통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이는 이번만이 아니라 영화계 관행임에 주목한다.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피해로 인해 배우로의 삶을 접은 이번 사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김기덕 감독은 연기지도이자 연출이었다고 주장한다. 배우에게 사과한다고 한다. 그동안 보아온 피고소인의 답변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걸 데뷔 20년이 지나서 소송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을까. 피해자가 상처받기보다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치심은 가해자의 몫이다. 관객은 영화인의 인권을 훼손한 영화를 보지 않아야 권리가 있다.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다.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다. 언제 어디서에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는 일은 드물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은 정당화되고 묵인되고 있다. 자행되는 폭력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영화판에서 계속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누구도 나서길 어렵게 하고 있다. 용기를 내 고소를 한 피해자가 누군지에 초점을 맞추고 순식간에 꽃뱀으로 몰리는 사회 환경은 고소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만든다. 폭행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고 관행으로 굳어진다. 폭력은 폭력일 뿐 관행이나 감독 연출 스타일이 아니다. 폭력적인 제작 환경은 바뀌어야한다. 피해자가 누군지가 아니라 영화계 폭력적인 환경을 바꾸는데 집중해야한다.”(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상임대표)

“이런 사건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전 우연히도 매년 유명한 연예인들의 피해자 사건을 맡아왔다.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건이 많았다. 이 사건들의 특징은 언론에 보도됐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고 불이익을 받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피해자들은 선뜻 나서질 못했다. 피해자는 제작사와의 논의 끝에 하차했는데 김기덕 감독은 무단이탈이라고 했다. 솔직하게 죄송하다, 불찰이다,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그런 단어를 쓰는 김기덕 감독과 측근들이 취하는 자세가 실망스럽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서 이 사건을 알렸다.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극적이거나 추측성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 수사결과를 기다려 달라. 저희는 상당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sns를 통해 악성댓글을 달거나 피해자 신상을 찾으려고 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없어지길 바란다. 가해자 피해자가 바뀌거나 언론에 의해 재판받는 게 아니길 바란다. 이번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이명숙 변호사)

“이 사건의 경우 발생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건화 시키지 않고 이제서 문제를 삼느냐는 게 제일 큰 핵심으로 보인다. 그 당시에 사건화 시킬 수 있었다면 묵혀놓을 필요가 없다. 많은 피해자들이 위계가 있는 구조 속에선 발고를 하기 어렵다. 보복의 두려움도 있고 결국 입을 다물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통계치를 보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사건은 은폐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발고를 하더라도 많은 경우가 기소까지 가기가 매우 어렵다. 피해를 당했음에도 결국 내가 고통을 호소해봤자 사법절차 내에서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끌게 된다. 본인이 당한 행위가 전형적인 강간행위가 아니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사건화 하기 어렵다. 발고하게 된 계기도 성폭력 사건으로 된 게 아니라 최근 일어난 갑질문제의 연장에서 발고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법적인 제도가 마련이 안 되어 있어 법적 보호를 못 받으니 갑질행위로 발고할 수밖에 없었다.”(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사진=김기덕 필름 제공

 

▲ 김기덕 감독의 사과에 대한 입장은?

“결국 폭행한 것은 있다. 구체적인 증언이 있으면 사과하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폭행 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면 되는데 증언을 하면 사과하겠다는 단서를 단다는 것 자체가 이 사건을 무마해서 현장의 유명 감독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행위가 있었다면 즉각적으로 사과하는 게 우선인데 스태프에게 증언을 확인하고 모호한 말을 통해 사태를 외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피해자는 지난 4년 동안 여성 단체를 많이 찾아가고 변호사들도 만났다. 그 중 한 변호사는 '잘 알기 때문에 고소하지마라'라고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법적으로 미비한 게 많아서 여성 변호사 중심으로 도움을 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것인지 물어봤으나 괜한 오해를 받는 게 싫다고 손해배상도 거부했다. 본인 스스로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싶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했다. 또 같이 현장에 있었던 동료들이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싫어서 알리지 못했다. 이 사건이 사과로 끝날 수 있는 일인가. 법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과 정도로 생각한 게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이명숙 변호사)

▲ 영진위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추후 대책은?

“영진위와 함께 실태조사 중에 있다. 9월초에 실태조사를 통한 토론을 벌일라고 한다. 실태조사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야 시작된 게 부끄러운 마음이다. 현재 약 500여건 이상의 조사가 이뤄진 상황이고 그 조사가 충원이 되면 9월에 이를 바탕으로 한 토론회를 연다. 그걸 바탕으로 기구까지 마련할 것.”(안병호 위원장)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영화계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산업노조와 여성 영화인, 찍는 페미 등 4개 정도가 참여했다. 영화계 단체는 더 많다. 오늘을 시작으로 영화계 단체들이 규합해서 폭력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목소리를 같이 내줬으면 좋겠다. 영화계 자정 목소리가 커졌으면 좋겠다.”(안병호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