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장산범’의 공포가 살아난다. ‘장산범’은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이 혼자서 숲 속을 떠도는 여자 아이(신린아)를 만나고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남편 민호(박혁권)는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소녀를 경계하고 소녀가 집에 온 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허진 분)에 믿었던 남편까지 실종된다. ‘장산범’은 올 여름 첫 선을 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으로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4년전 ‘숨바꼭질’에서 익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집을 공포의 장소로 바꿔놓은 허정 감독은 이번엔 목소리에 집중했다.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운 존재이지만 두렵게 다가오면서 그 사람의 가장 큰 약점을 건드리는데 관객들도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공포감이 배가 된다. 그 중심엔 가족이 있다. ‘숨바꼭질’에서도 가족 구성원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그렸던 허정 감독은 ‘장산범’에선 이들의 관계에 균열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답게 ‘장산범’은 막강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일반 영화 5배에 달하는 물리적 시간의 후시녹음을 진행했고 정교한 사운드는 ‘장산범’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극중 설정을 더해 시각적 요소를 최소화 시키는데 이 때문에 소리에 더 집중하고 빠지게 만든다.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은 염정아, 신린아 이 두 여배우다. 14년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염정아는 가족을 잃고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부터 절절한 모성애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미스터리한 소녀 역의 신린아는 희연 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홀린다. 상황에 따라 확확 달라지는 눈빛은 아역 배우라는 생각을 지워버린다. 다만 참신한 소재임은 분명하나 ‘장산범’의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이다. 특히 희연이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뻔하게 흘러간다. 장산범이 굿을 하는 모습이나 인간의 믿음에 대해 접근 하는 점은 영화 ‘곡성’을 떠올리게 한다. 개봉 시기가 미뤄진 ‘장산범’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오는 17일 개봉.

[현실리뷰] ‘장산범’, 소리와 두 여배우에게 홀리다

한유정 기자 승인 2017.08.10 11:51 | 최종 수정 2135.03.20 00:00 의견 0

귀를 기울이면 ‘장산범’의 공포가 살아난다.

‘장산범’은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이 혼자서 숲 속을 떠도는 여자 아이(신린아)를 만나고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남편 민호(박혁권)는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소녀를 경계하고 소녀가 집에 온 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허진 분)에 믿었던 남편까지 실종된다.

‘장산범’은 올 여름 첫 선을 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으로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4년전 ‘숨바꼭질’에서 익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집을 공포의 장소로 바꿔놓은 허정 감독은 이번엔 목소리에 집중했다.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운 존재이지만 두렵게 다가오면서 그 사람의 가장 큰 약점을 건드리는데 관객들도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공포감이 배가 된다. 그 중심엔 가족이 있다. ‘숨바꼭질’에서도 가족 구성원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그렸던 허정 감독은 ‘장산범’에선 이들의 관계에 균열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답게 ‘장산범’은 막강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일반 영화 5배에 달하는 물리적 시간의 후시녹음을 진행했고 정교한 사운드는 ‘장산범’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극중 설정을 더해 시각적 요소를 최소화 시키는데 이 때문에 소리에 더 집중하고 빠지게 만든다.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은 염정아, 신린아 이 두 여배우다. 14년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염정아는 가족을 잃고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부터 절절한 모성애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미스터리한 소녀 역의 신린아는 희연 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홀린다. 상황에 따라 확확 달라지는 눈빛은 아역 배우라는 생각을 지워버린다.

다만 참신한 소재임은 분명하나 ‘장산범’의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이다. 특히 희연이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뻔하게 흘러간다. 장산범이 굿을 하는 모습이나 인간의 믿음에 대해 접근 하는 점은 영화 ‘곡성’을 떠올리게 한다. 개봉 시기가 미뤄진 ‘장산범’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오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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