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친밀한 이방인')
[뷰어스=문서영 기자] 진짜 얼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었을지 모른다. 혹은, 우리가 아는 상대의 이름, 이력, 일상 모두 거짓일지도 모른다.
7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어떤 소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던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나’가 데뷔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낙선한 뒤로 까맣게 잊고 지내온 작품이었기 때문.
‘나’는 신문사에 더 이상 광고를 싣지 말라 연락했지만 뜻밖의 인물에게 전화를 받게 된다. 그는 6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는 여자, ‘진’. 놀랍게도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설가인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여자였고, ‘진’을 만나기 전부터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문제의 인물 ‘이유미’는 합격하지 못한 대학에서 교지 편집기자로 활동했고, 음대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자격증 없이 의사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각기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았다. ‘나’는 점점 ‘이유미’가 살아온 삶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이래 서정적 문체로 동세대 인간 군상의 생을 연민하고 긍정해온 소설가 정한아의 세 번째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이다. 모두가 필연적으로 속해 있지만 대개는 불완전한 형태일 수밖에 없는 가족이라는 틀에 대해 오랜 시간 사유해온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그 천착의 결과를 미스터리 서사로 풀어냈다.
‘친절한 이방인’은 유려한 미스터리다. 때로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침없이 삶을 뒤엎는 한 인물의 일생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겹쳐가며 복원해낸다. 그렇게 내달려온 이야기의 끝, 지금까지 촘촘하게 쌓아온 서사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반전은 강렬한 전율에 목마른 독자들을 가을밤의 싸늘한 한기 속으로 끌어다놓기에 충분하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