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한유정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보기 힘든 여성 느와르가 김혜수의 얼굴로 탄생할 줄 알았지만 결국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이야기다.
‘신세계’ ‘브이아이피’ 등 느와르라는 장르는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소비되어 왔다. 그래서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느와르 ‘미옥’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여성 느와르라는 점도 신선하지만 어떤 영화이든,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 온 김혜수가 캐스팅 된 것만으로 관객으로서 흥미를 가질 요소가 충분하다.
하지만 ‘미옥’은 여성 느와르라고 포장은 했지만 남성의 시선이 가득한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여성들은 재계 인사들에게 성매매 개체로만 소비되고 현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치부되는 몰카를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몰카로 자신을 협박한 여성을 무지막지하게 폭력하는 대식의 모습은 참고 보기 힘들 정도다.
분명 제목은 ‘미옥’인데 주객전도 된 캐릭터도 아쉽다. 조직의 2인자지만 행동은 상훈의 손에서 이뤄진다. 현정은 오히려 협상가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현정을 각성하게 만드는 것이 모성애라는 설정과 멜로 요소는 스토리를 빈약하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러닝타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데뷔 이래 가장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 김혜수는 약한 캐릭터마저도 살려내는 아우라가 있다. 악랄함 속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선균의 얼굴은 새롭고 이희준은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비열하다.
많은 약점 속에서도 ‘미옥’을 실패작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힘든 현실에서 ‘미옥’의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좀 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을 뿐이다.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