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연예인과 관련한 이슈는 대중문화이고 어플리케이션(어플) 마케팅은 IT산업이기만 한 시대는 끝났다. 여러 가지 산업이 융합되고 분리되는 과정 속 이분법적인 잣대는 힘이 없다. 누구나 필수라고 여기는 카메라 어플 시장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걸어 다니는 마케팅 수단’이기도 한 연예인, SNS 플랫폼을 둘러싼 변화,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하는 카메라 어플. 세 요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있다.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다리를 오고 가며 새로운 문화현상을 향유한다. --편집자주
사진=아이유, 수지, 윤아, 정려원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최근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화면을 내려도 비슷한 영상들로 가득했다. 영상 속 사람들은 너도나도 “호박고구마”를 외치고 “주세요”라고 애교를 부리며 대사를 읊고 있었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이들도 존재는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더빙 어플 '콰이'였다.
신조어가 그러하듯 콰이를 유행하게 만든 주역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어플의 흥행에 연예인들이 일조를 했다는 점이다. SNS를 보면 지드래곤, 정려원, 윤현민, 아이유, 트와이스, 수지, 설리, 박한별, 김희선, 윤아, 공효진 등 숱한 연예인들이 콰이를 사용한 영상을 게재했다. 재미에 들려 여러 번 결과물을 올리는 이들도 상당하다.
콰이 외에도 연예인들이 즐겨 사용하며 이름이 알려진 어플들이 여럿 있다. 이미 대부분이 알고 있는 스노우부터 시작해 필름사진의 느낌을 구현한 구닥, 반짝이는 효과를 주는 키라키라 등이 그 예다. 이것들의 유행 역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연예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최근 사용자가 급증한 콰이는 11월 8일 구글 플레이리스트 기준 약 20만 명에 육박하는 유저가 리뷰를 남겼다.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스노우는 지난 10월 26일 기준 다운로드 2억 건을 돌파했다. 구닥은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어 오랫동안 앱스토어 유료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아날로그 시리즈를 제쳤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이 패션이나 뷰티 등 한정된 분야에서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어플처럼 다른 분야의 산업에서도 유행을 전파한다.
■ 스타가 사용한 어플, SNS 통해 너도나도
어플에도 얼리어답터가 있다. 특정 어플이 유행으로 번지기 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존재를 파악하고 사용하는 연예인들이 해당 집단이다. 특히 아이돌에게 팬들을 위한 셀카 촬영이 필수다. 더군다나 팬 관리 차원에서 회사 계정으로 운영하는 SNS 활동을 펼쳐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본인들이 어플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주변에서 추천을 해주고 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데뷔 4년차인 한 보이그룹은 “최신 어플의 경우, 주변 스태프들이 추천해주거나 스태프들의 진행 하에 촬영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자의든 타의든 아이돌에게 카메라 어플을 사용할 기회는 자주 찾아온다. 그리고 어플을 사용한 사진 및 영상은 SNS를 통해 대중은 물론 거대한 팬덤에게 공유된다.
대중들은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더욱이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관련이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은 본인들도 직접 사용해보기를 원한다. 포털 사이트에 어플과 관련한 키워드를 검색하면 붙는 ‘인스타 반짝 어플’ ‘아이유 인스타 어플’ ‘구닥 연예인’ 등 연관검색어가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SNS 문화가 발전하면서 새롭게 생긴 ‘SNS 스타’들은 연예인과 대중 사이에서 유행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 이들은 탄생 배경이 SNS인 만큼 트렌드에 민감하다. 연예인들이 사용한 어플을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학습하고자 한다. 그리고 수십 만 명의 팔로워들은 이를 지켜본다. 이렇게 자연스레 군중심리는 발동한다.
'구닥'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어플 리스트 일부(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캡처)
■ 좋은 기술·시장 분석...유행 확산 돕는 배경
트렌드는 눈 깜빡할 사이 바뀌는 무서운 흐름이다. 어플 개발사들은 유저의 증가 속도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이에 발맞춰 선택지를 확장한다. 예를 들어 필름 카메라 어플 구닥이 한창 상승궤도를 탈 당시, 다른 카메라 어플에 각종 아날로그 효과가 추가되고 칼라(CALLA), 후지(HUJI) 등 유사 제품이 출시됐다.
어플 시장이 유행 속도를 따라잡아 점점 더 빠르게 새로운 혹은 유사한 어플을 내놓는 양상은 그만큼 개발사들의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모은 어플들을 보면 사용법은 간단하면서도 결과물의 퀄리티는 좋다. 별 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성형과 색감 등 쉽게 보정을 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홈비디오 같은 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다. 유머, 메이크업, 노래방, 독특한 개성이 담긴 어플까지 늘어났다. 그 덕에 유저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놀 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단순한 자기만족 차원에 그치지 않는 콘텐츠들은 SNS에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더 나아가 ‘힙스터’들과 같은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트렌드에 합류했다는 만족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요즘 SNS 플랫폼들은 영상 콘텐츠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어플 개발사들이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이런 업계 판도를 따르는 것도 영향이 있다. SNS와 맞닿아있는 트렌디세터들이 선택하는 어플들이 눈에 띌 확률이 높다는 걸 생각해보면 유행하는 어플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 연예인들의 사용에서 ‘활용’으로
이처럼 연예인들의 어플 사용과 좋은 기술, SNS를 통한 확산, 알맞은 시장분석이라는 톱니바퀴는 서로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다. 어플 시장이 덩치를 불리다 보니 연예인 활용 사례도 점점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유행하는 어플은 더욱 많아지고 어플 시장은 한층 커진다. 일종의 순환고리다.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약해 연예인을 어플 기능에 활용한 한 개발사 관계자는 “연예인을 단순 모델로 활용하는 것에는 효과가 없다. 대부분 연예인을 모델로 쓸 때는 브랜딩 차원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어플 개발사들이 거액의 돈을 들여 연예인을 쓰기엔 투자수익(ROI)이 안 맞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어플 내 아이템이나 특정 기능을 연예인과 활용해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자사는 연예인을 활용한 아이템을 출시해 일반 아이템보다 50배가 넘는 매출효과를 봤다”고 연예인이 어플 수익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어플 개발사와 협약에 대한 엔터테인먼트사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진행하기가 힘들었지만 사례들이 생기고 나니 좀 더 수월했다. 어플 시장이 전보다 커져서 자연스럽게 연예인 활용 사례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