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케빈에 대하여' 스틸컷)
[뷰어스=문서영 기자] 세상에 마음대로 안되는 게 몇 가지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사람으로 꼽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자식은 정말 마음대로 안된다”는 말은 부모들의 단골 멘트이기도 하다. 자식은 늘 예측을 빗나간다. 아이도 사유하는 인간인 탓이다. 여기에 어른의 기준과 시선으로 아이를 대하려 한다면 부모 자식 관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아이 교육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백과사전같은 육아 가이드는 신생아 때나 가능하다. ‘머리가 큰다’는 말처럼 자랄수록 자신만의 기준과 생각을 갖게 되는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시험의 연속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육아서를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육아를 경험해 본 이들이 전하는 말은 큰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전하기에. 이번 생에서 부모는 처음인, 그래서 더 고민되고 자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들에게 다음의 책들을 권한다.
(사진=책표지)
■ 위로부터 받을까요?
‘엄마라서 고마워요’(잭 캔필드 | 아침나무)는 다를 것 없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란 점만으로도 부모들에게 힐링을 전한다. ‘맞아 우리 아이도 이랬지’ ‘그래 이런다니까’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구나’ …나만 힘들고 나만 특별히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는 공감.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도 비슷한 문제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 때 안심하고 위로를 받는다. 그렇기에 세상의 엄마들이 인종, 나이, 국가를 뛰어넘어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은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엄마가 되어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자신을 보게 되는 경험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세상의 엄마들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말라고,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는 데 망설이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가 만나는 세상의 처음이자 가장 오랫동안 아이를 사랑해 줄 엄마이기에 엄마는 누구보다 행복해야 한다고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부모로서 역할이 희생과 책임으로만 느껴져 고단하고 흔들릴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크리스틴 그로스-노 | 부키)은 재미교포2세인 저자가 유대인 남편을 만나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다문화속에서 4남매를 키워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선진 육아법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분석하고 우리의 육아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한 나라의 양육법을 두둔하지 않고,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세계 18개 육아 선진국 엄마들을 취재하며 만난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인지발달, 아동심리, 양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조언이 담겨있다.
저자는 아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많이 해주는가가 아닌, 어떻게 관여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좋은 양육’의 기준을 둔다고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자는 건강하고 예의 바른 아이라는 사실. 이 점만으로도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종종거리는 한국 엄마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사진=책표지)
■ 살아 본 엄마들의 일침
‘엄마의 자존감 공부’(김미경 | 21세기북스)는 부모를 가르치는 책이다. 부모가 어떻게 살아갈 때 아이가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바른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지를 말하는 책이다. 저자는 ‘나’로 살아가기도 힘든데 어느 날 생에 뛰어든 아이라는 존재. 이후 아이가 인생의 중심이 돼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질책한다. 부모로서 공감될 수밖에 없는 위로로 ‘괜찮아 괜찮아’ 등을 다독여주는 동시에 부모라서 갖게 되는 자식에 대한 욕심과 요구들이 자식을 어떻게 그르칠 수 있는지 신랄하게 비판한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 때부터 장성한 자식이 될 때까지 부모가 어떤 자세를 유지해야 할지 깨우친다. 엄마든 아빠든, 부모는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있어야 자식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부모의 억압적 기대를 벗어난 아이들이야말로 진짜 자기 인생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옆집 아이, 친척 아이, 친구 아이가 아닌 ‘내 아이를 보라’고 강조, 또 강조한다. 비교가 아이가 가진 재능과 특성을 짓밟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엄마 반성문’(이유남 | 덴스토리)은 늘 1등 교사, 1등 엄마로 자신만만했던 초등학교 교장이 전교 1등의 고3 아들의 느닷없는 자퇴 선언을 시작으로 고2 딸의 연이은 자퇴까지 겪으며 느낀 점들을 써내려간 책이다. 아이들의 ‘실패’에 고통스러워하던 저자는 자신이 부모가 아니라 감시자였고, 무자격 부모였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와 함께 부끄러웠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녀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킨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는 가훈이 ‘SKSK’, 시키면 시키는 대로였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늘 확인하고, 지시하고, 명령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준 적 없는 부모였다. 방에 틀어박혀 부모와 대화조차 거부하던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살리고 봐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코칭 공부를 시작한 저자. 그는 자신이 그간 부모라는 이름만 가지고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부모가 믿고 기다려주자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변화가 생겼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서슴없이 엄마를 꼽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저자는 자신의 실수를 다른 부모들이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화법 등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코칭 방법을 자세하게 안내한다. 코칭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정, 존중, 지지, 칭찬. 특히 칭찬은 자존감을 살리는 핵심 요소이면서 코칭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아이가 못한 것을 잘하라고 꾸중하기보다는, 잘한 것을 찾아 칭찬하는 교육을 해야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책표지)
■ 부모라서, 읽었으면 좋겠어요 '문제작'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 반비)는 1999년 있었던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의 주범 2명 중 한명인 딜런의 어머니가 쓴 책이다. 사건 발생 17년 후 가해자의 엄마는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아이를 키워나갈 때 어떤 점들을 명심하고 유의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부모의 기준에서는 착하게 자라온 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총기 사건의 주범이 돼 여러 생명을 앗아간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본인도 자살한다.
아들이 안긴 충격과 슬픔 속에서 헤매던 어머니는 뒤늦게야 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하고 아들이 살아있는 동안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여러 지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올바른 신념과 규율을 가진 부모에게서도 악마같은 자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긴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세상에 수많은 육아 지침서가 있지만 아이가 엇나가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은 많지 않다. 수 클리볼드는 경험을 토대로 육아를 하는 부모가 위기의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거듭 강조한다. 부모의 ‘위기관리’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빈에 대하여’(라이오넬 슈라이버 | 알에이치코리아)는 실화는 아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싶은 소설이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반대 노선을 달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연기파 배우 틸다 스윈튼과 독특한 연출로 유명한 린 램지 감독의 영화 원작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엄마와 아들로 인해 가족이 어떤 비극을 맞게 되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그보다도 부모가 아이에게 은연 중에 보이는 태도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절감하게 만든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 프랭클린과 결혼하고 곧 아이를 임신한 뉴욕의 커리어우먼 에바는 ‘내가 정말 이 아이를 원했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산다. 은연 중에 에바의 마음에는 애증과 분노가 자리잡고, 태어난 아들 케빈은 자라면서 유독 그녀에게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어머니이기보다 에바로 살아가고 싶어 보이던 그녀는 뒤늦게 낳은 딸 셀리아에게는 애정을 퍼붓는다. 이를 지켜보는 케빈은 더욱 난폭해진다. 유능한 커리어우먼이었던 에바가 평범한 아내와 엄마의 일상으로 들어서는 과정, 보편적인 모성에 대한 거부감, 소시오패스 학살자가 된 아들에 대한 죄책감 등이 예리하게 묘사된 작품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엄마가 가진 생각이 어떻게 행동으로 표출되고 이것들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다면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 속의 문장이 이 책이 왜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인지를 말한다.
“엄마가 되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어.” 내가 설명하기 시작했지. “난 공항에, 바다 풍경에, 박물관에 익숙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레고로 가득 찬 똑같은 방에 갇혀버린 거야.” (중략) “난 토한 걸 닦아내게 될 것만 생각했어.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 것,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었어.” 케빈의 시선이 날 계속 말하게 부추겼지. “널 사랑하는 게….” 난 내가 아는 방식에서 최대한 무안하지 않게 표현했어. “그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난….” 난 숨을 골랐지. “난 그게 거저 되는 건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