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사진=키이스트)
[뷰어스=이건형 기자] “2년간 쉰 이유요? 작품이 안 들어와서죠(웃음)”
서른일곱의 배우 정려원은 만개했다. 2년간의 공백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드라마 ‘풍선껌’ 끝나고 잠깐 쉬는데 시대가 빠르게 돌아가더라고요. 옛날엔 잠깐 쉬고 다시 올라타도 될 정도의 속도였는데 지금은 더 빨라요. ‘마녀의 법정’까지 패스하면 삼단 콤보가 올 것 같았어요. 일단하자 했죠. 좋지만 두려운 마음이었어요”
정려원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주인공 마이듬을 맡아 열연했다. 한 마디로 하드캐리다. 마이듬은 7년 차 에이스 검사로 재판의 승소를 위해서라면 거짓말, 인신공격, 증거조작 등도 가리지 않는다.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진취적이며 주도적인 인물이다.
“말도 안 되는 캐릭터라고 논란이 많았는데 그게 좋았어요. 목표지향적인 걸 정확하게 보여준 거라고 생각해요. 악녀 내지는 마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드라마가 얼마나 되겠어요. 기회라고 생각했죠. 또 작가님이 완급조절을 잘해주셨어요”
■캐릭터 논란, 굳히기로 돌파
캐릭터가 논란이 일자 발음 지적까지 함께 일었다. 여러 모로 곤란한 상황이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극단적 변화대신 설득을 택하며 굳히기에 들어간다.
“발음 지적에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죠. 물론 익숙하지 않은 것들도 있어요. 그래서 초반에 마스터한 상태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적었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시간 안에 잘 해내는 거였어요.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찍어내면서 굳히기 하는 것 밖에 없었죠”
정려원의 선택은 옳았다. 마이듬이 굳혀지자 드라마도 함께 살았다. 점점 시청률이 올랐고, 입소문이 퍼졌다. 동시간대 드라마 1위 탈환에 이어 여론과 언론의 칭찬이 쏟아졌다. 주인공 정려원에 대한 칭찬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감독님이 끝까지 내 분량이 줄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이듬이가 주체적으로 사건을 쥐는 인물이고 여진욱(윤현민)이 공감하는 인물이라고 했죠. 초반에 내 분량이 많은 걸 보면서 그냥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그런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처음과 같은 분량으로 추진되는 걸 봤고 모든 엔딩이 이듬이로 끝나더라고요. 진욱이랑 같이 걸려도 되는데 좀 눈치가 보이고 미안한 게 있었죠. 그런데 (윤)현민이는 그런 티를 하나도 안냈어요. 사람이 모난 데가 있을 법도 한데 하나도 없어요. 현민이는 주어진 걸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만족하면서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죠”
그는 성범죄 전문 검사를 연기하며 실제로 많은 걸 느꼈다고 한다. 극의 소재가 된 여성 아동범죄 전담부(이하 여가부) 시스템이 실제로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조사하면서 보완됐으면 하는 걸 쓴 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죠.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 조사가 굉장히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공판까지 가야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아요. 그런데 검사가 자꾸 바뀌니까 그때마다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피해자들이 치부를 느끼는 일이 생겨서 중간에 멈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이상적인 시스템을 도입을 하신 게 아닌가 했죠. 나뿐 아니라 여가부 출연 배우들이 모두 입 모아 이런 부서가 생겼으면 진짜 좋겠다고 말했어요”
■아직 배울게 많은 서른 일곱
정려원의 작품 선택 기준은 잘 하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전에 가깝다. 피공포증이 있지만 의학드라마를 찍었다. ‘마녀의 법정’도 같은 이유에서 선택한 드라마다.
“작품 선택 기준이 잘할 수 있는 것만 하지 않았어요. 사실 막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장르물 도전을 많이 했어요. 두려운 걸 극복하면 자산이 된다고 느꼈어요. 사실 피를 잘 못 봐요. ‘메딜컬탑팀’ 촬영 중 소 눈을 해부하다가 기절한 적도 있어요. 두려움 포인트에 서있을 때 죽지 않고 이겨내면 성장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느꼈죠. 두려움을 받아들이면 성장한다고”
어느덧 서른일곱이 된 정려원은 아직도 더 배우고 싶다고 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 배우 정려원의 내일이 더 매력적인 이유다.
“아직 펼치고 싶은 비전이요? 배움이요. 어떤 선배한테 들었는데 프랑스어를 공부하니까 프랑스 영화 섭외가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배우고 터득하면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기는구나 생각했죠. 항상 배울 준비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