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뷰어스=한유정 기자] “아이돌 수준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말 그대로다. 배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1987’을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게 된 하정우는 두 작품의 홍보 일정을 모두 뛰고 있다. 무대인사만 30번을 훌쩍 넘긴다. 힘든 스케줄임에도 하정우는 “같은 날 개봉이었으면 더 난감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두 작품의 반응이 갈렸다면 난감 했을텐데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고 있어요. 근데 난 이쪽 팀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저쪽 팀에도 못 들어가는 희한한 현상이 나타났죠. 정말 혼자 고립된 느낌이에요.(웃음) ‘강철비’는 소속사 대표인 정우성이 출연하고. 세 작품 모두 나랑 관련이 있어서 침묵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어요”
저승에서 온 망자가 사후 49일 동안 그를 안내하는 저승차사들과 함께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신과 함께’에서 하정우는 저승차사의 리더격인 강림 역을 맡았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1987’에선 시신의 부검을 지시하며 사건의 물꼬를 트는 최검사 역이다. 장르도 이야기도 전혀 다르지만 하정우가 맡은 역할들은 유독 정의로움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신과 함께’에선 아무래도 원작의 두 캐릭터가 합쳐졌기 때문에 그 평균값을 내서 표현하는 게 숙제였죠. 뭔가를 하지 않고 절제해서 자홍과 수홍(김동욱)의 드라마가 보여지게 했어요. 강림의 역은 생소한 장르를 편안하게 전달하는 것, 가이드 같은 느낌이에요. ‘1987’은 실존 인물이 모델이라서 조심스럽더라고요. 최검사는 밀도 있고 묵직한 영화라서 관객이 이 영화에 들어올 수 있게 하죠. 두 역할의 결이 다르지만 기능적으론 비슷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신과 함께’와 ‘1987’은 눈물의 성질은 다르지만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신과 함께’는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감성이, ‘1987’은 아픈 역사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한다.
“두 작품 모두 시사회에서 눈물을 참았어요. 보는데 힘들었어요. ‘신과 함께’는 알면서도 당해요. 알고 있으면서도 3단 콤보를 넣어놔서 눈물을 흘리게 돼요. ‘1987’은 진원지가 다른 눈물이죠. 아무래도 첫 관람은 순수한 관람이 될 수 없더라고요. 나중에 즐기고 싶어요”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그린 매트 촬영, 시간이 약이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는 2부작이 동시에 촬영됐고 영화의 대부분이 CG로 채워진 작품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전적인 작품이다. CG가 주를 이루다 보니 배우들은 그린매트 위에서 연기를 펼쳤다. 많은 작품을 해온 하정우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린매트엔 아무것도 없어요. 칼을 휘두르는 것도 상대는 없고 허공에 대고 하는 거에요. 민망하고 쑥스러운데 시간이 약이더라고요. 계속하다 보니 적응이 됐고 그런 민망한 마음을 드러내고 서로 공유하면서 이겨냈어요.(웃음)”
캐스팅과 CG 등 화려함이 넘치는 ‘신과 함께’지만 7개의 지옥을 오가면서 관객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하정우 역시 이에 공감했고 달라진 부분도 있음을 고백했다.
“염라대왕이 한 이야기 중에 ‘이승에서 진정한 용서를 구한 자는 하늘에서 심판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사이가 안 좋았던 후배가 있었는데 먼저 마음을 열고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관계회복이 쉽더라고요”
‘1987’은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의 실화가 베이스지만 6월 항쟁 속 평범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고 만만치 않은 주제가 담긴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선택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보면서 한 장면, 한 마디 한 마디가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런 시대가 있었을까. 지금 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과거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영화인의 마음이 들었어요. 제의를 받고 고민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신과 함께’와 ‘1987’은 화려한 캐스팅과 제작비가 투입된만큼 연말 대작으로 손꼽히며 1000만 관객 돌파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출연한 하정우은 쌍천만 배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쌍천만이 되면 친구들이 나한테 여권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여행 쏘라고.(웃음) 팬들은 좋아하는데 두 작품 연달아 나와서 지겨워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