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배우 이준영은 스스로를 "100% 노력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노력을 핑계의 무기로 삼지 않는다. 피땀 흘리며 노력하며 내세우는 필살기는 바로 '진심'이다. 그래서 그에게 더욱 믿음이 간다. 이준영이라는 이 배우, 이 가수. 진짜다.
이준영(사진=nh미디어 제공)
■ 이준영이 ‘이수겸 학생’으로부터 배운 것
“드라마에 내가 나오니까 신기했어요. 어머니는 좋아 하시면서도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고, 아버지는 연출을 하신 분이라 지적과 함께 묵묵히 응원해주세요. 동생은 극중 내 사투리 말투로 시비를 걸기도 하고요. 가족이 연예인인 거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도 내 노래는 들어줬으면 하는데...(웃음)”
이준영은 ‘부암동 복수자들’로 연기자로서 데뷔했다. 어색함 없는 사투리와 복잡한 감정선을 소화했고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위화감 없이 어울렸다. 극중 이수겸은 이준영을 주목받게 만들어준 은인이자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인물이다.
“연기를 보는 건 하는 것과 너무 달라요. 무대에서는 어떻게 해야 멋있어 보이는지 잘 아는데, 연기할 때는 내가 어떻게 나올지 생각을 못하겠어요. 아무래도 무대에서보다 덜 잘생겨 보이기도 하고요. (웃음) 모니터하면서 ‘고개 좀 틀 걸’ ‘어깨 좀 펴고 있을 걸’ 생각하는데 현장에 가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대신 대본에 나오는 상황의 5~10분 전을 상상해서 감정이입을 했어요. 타고난 건 집중력 하나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이라도 배우와 가수의 역할은 천지차이다. 이준영 역시 처음 경험하는 현장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는 “카메라 보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가수들은 카메라를 보고 멋진 척을 해야 하는데, 연기할 때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쓰는 표현도 헷갈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봤으나 “나올 리가 없지 않냐”며 웃었다.
“예전에는 내 감정으로만 살았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의 감정으로 살아보는 거잖아요. 내가 이런 것도 표현할 수 있구나 느꼈어요. 몰입하다보니 실제 그 캐릭터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수겸아’라고 불러야 뒤를 돌아볼 때도 있었어요”
이준영(사진=부암동 복수자들 화면 캡처)
■ 그늘과 멜로눈빛, 그 사이 밝게 웃는 이준영
이준영과 이수겸은 꽤 닮았다. 본인도 밝은 성격이 비슷하다며 인정했다. 실제로도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그늘. 이수겸은 밝은 미소 속 숨겨진 아픔이 있는 학생이다. 감독이 이준영을 캐스팅한 이유도 그에게서 쓸쓸함을 엿봤기 때문이다.
“사실 의문점이 드는 것 중 하나에요. 혼자 있을 때 슬픔을 느낀 적은 있지만 내 안에 그늘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요. 이 부분을 연기할 때 좀 힘들었어요. 슬픈 걸 보면 그 감정이 오래 가는 편이라 촬영 들어가기 전에 슬픈 영상들 찾아봤죠. 외로웠던 연습생 시절도 떠올렸어요. 중2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거든요. 그때 향수병도 걸리고 우울했어요”
또 하나, 이준영이 의아했던 점은 ‘멜로눈빛’이다. 어떤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봐도 멜로 장르로 만들어버리는 달콤한 눈빛이 여러 모로 치명타(?)가 됐다. 극중 새엄마인 이요원(김정혜)를 향한 시선조차 꿀 떨어진다는 평이 자자했으니 말이다.
“진짜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바라본 건데. 최규진(김희수)과도 의도한 게 아닌데 사람들이 브로맨스 케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연민이 담긴 눈으로 봤는데 갑자기 멜로처럼 된 거예요. 요즘에는 이런 걸 보고 ‘사약 길’이라고 하던데요? 이루어질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을 한다고요. 하하. 참 재미있어요. 내 연기가 다른 의도로 읽힐 수 있다는 게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대단하기도 하고요. 내가 원하는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게끔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잖아요. 모니터를 해보니까 나도 내 멜로눈빛을 보고 ‘왜 저랬지?’ 싶더라고요.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할 거예요”
예쁘게 쌍꺼풀이 지고 큰 눈이 돋보이는 이준영이다. “눈이 예뻐서 그런가보다”라고 말했더니 이준영은 냉큼 “눈이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듣는다. 그런데 팬들은 멜로눈깔이라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연기를 하며 새롭게 발견한 또 다른 모습은 없냐는 질문에는 “화날 때 좀 무서워 보이더라. 내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귀엽다고만 말해서 그런 이미지가 없었는데 보니까 남자답더라”며 웃었다. 귀여운 자화자찬에 “얼굴 골격이 굵은 편이긴 하다”고 받아쳤더니, 이준영은 단어를 잘못 듣고 자신의 넓은 어깨를 자랑해 다시 한 번 폭소케 했다. 계속된 스케줄이 지쳐보이던 이준영이었는데 점차 그의 밝고 긍정적인 면모가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