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화문연가(사진=CJ E&M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창작뮤지컬 ‘광화문연가’는 관객을 기억 너머 아련한 시절로 이끈다.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설렘과 환희는 비단 영화 속 주인공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추억을 간직한 우리 모두의 평범한 후일담이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5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온 ‘광화문연가’는 2011년 초연 이후 기본 스토리라인은 살리되 전체적인 세부 구성은 대공사를 감행했다. 서정과 위트가 마법 같은 조화를 이룬다. 보는 즐거움과 묵직한 여운을 관객에게 전해주고픈 연출가의 마음이 담겼다.
작품은 임종을 앞둔 주인공 명우가 마지막 1분 동안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명우는 인연을 관장하는 월하의 도움으로 첫사랑 수아를 만나고 젊은 날의 아쉬움과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피워낸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애수’ ‘휘파람’ ‘영원한 사랑’ ‘그녀의 웃음소리뿐’ ‘슬픈 사랑의 노래’ ‘광화문연가’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등 추억 속 명곡들이 관객들을 하나로 응집시킨다.
작품을 관통하는 친숙한 멜로디는 어딘가 모르게 처절하고 감상이 짙다. 음악이 피워낸 아련한 정서가 관객들로 하여금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동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세대를 아우르는 노랫말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다.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웃고 울며 각자의 먹먹한 추억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배우와 관객 모두 ‘기억은 사랑보다 진하다’는 하나의 주제에 빠져든다.
뮤지컬 광화문연가(사진=CJ E&M 제공)
무엇보다 시간 변화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무대미술이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특히 무대영상의 적극적이고 강도 높은 활용이 돋보인다. 다소 심플할 수 있는 무대구성에 영상을 입혀 채워나가는 색다른 방식이 묘미다. 영상은 한순간에 관객을 덕수궁으로 데려다놓거나 MT 장소로 옮겨놓는다. 단순한 볼거리의 차원을 넘어 기억 자체를 장치화한다. 화려한 영상이 회상의 극적 역할을 촉진하는 덕에 관객은 시간을 넘나드는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는 일이 가능하다. 대개 다른 작품이 스토리의 일부를 보완하는 정도로 영상을 활용한다면 ‘광화문연가’는 무대영상이 배역들의 기억을 매개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우리 대중음악의 프레임이 통째로 뒤바뀐 1980년대 중후반 무렵이 다소 획일화된 모습으로 그려진 점은 아쉽다. 공감과 진부함의 기로에서 아슬아슬하게 상투성을 빗겨나간 정도다. 복고와 향수는 정감 어리나 보편 그 자체는 아니다. 대중성 획득과 동시에 통속성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일이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2018년 1월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