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금주의 가수는 김목인입니다.
김목인(사진=소속사 제공)
■ 100m 앞, 오랜 기다림 상쇄하는 김목인의 음악
김목인은 캐비넷 싱얼롱즈로 캐주얼하게 음악활동을 하다가 2006년 정식 앨범을 냈다. 솔로로 데뷔한 건 2011년도부터다. 정규 1집 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로 홀로 나선 김목인은 2집 ‘한 다발의 시선’(2013), ‘콜라보 씨의 일일’(2017)까지 총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중간 중간 프로젝트 앨범도 냈지만 대체적으로 김목인의 신보 소식은 가끔씩 들려온다. 그래서 더 환영 받는 가수이기도 하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김목인이 들고 오는 앨범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시간의 겹만큼 켜켜이 쌓인 일상의 고찰이 기다림을 상쇄한다.
■ 70m 앞, 대표곡 ‘지망생’ ‘그게 다 외로워서래’
두 곡은 각각 2집 ‘한 다발의 시선’의 타이틀곡과 수록곡이다. 1집이 김목인의 오롯한 시선에 대한 언질이었다면, 2집은 본격적으로 알맹이를 드러내기 시작한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결 다듬어진 모양새에 ‘지망생’ ‘그게 다 외로워서래’는 좀 더 대중적인 노래가 됐다.
‘지망생’은 동경과 시행착오 사이를 오가는 예술가 지망생들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방의 풍경을 담은 곡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연민도, 대견함도 아니다. 그저 담백하게 그때의 시공간을 담아낸 시선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듯 그곳의 공기를 설명하는 멜로디가 돋보인다.
‘그게 다 외로워서래’는 김목인의 노래 중에서도 화려한 편에 속하는 곡이다. 1집의 ‘뮤즈가 다녀가다’와 연장선상에 있는 뮤지컬 풍 연작 격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는 대부분 음의 높낮이 변화에 큰 폭을 주지 않는 편인데, 간혹 ‘그게 다 외로워서래’처럼 상반된 음폭으로부터 오는 흥을 건넬 때도 있다. 노래는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이라는 가사처럼 장단조를 오가며 괴리로부터 오는 미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김목인(사진=소속사 제공)
■ 40m 앞, 반듯하고 단정한 음표
김목인의 음표는 깔끔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었다. 흰색, 회색 등 컬러의 피케셔츠에 면바지의 수수한 스타일링이다. 다채로운 컬러감 대신 미색의 리넨셔츠 같은 베이직함이 묻어난다. 글씨로 따지면 반듯하게 또박또박 연필로 쓴 흔적이고, 계절로 치면 한적하고 푸른 여름날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깔끔하고 향긋한 홍차이며, 최소한의 간만 되어 있는 심심한 요리다.
이 단순한 멜로디에는 담백한 김목인의 목소리가 한 치의 오차 없이 꼭 들어맞는다. 신중한 고민을 거쳐 선택된 모든 것들은 본질을 담고 있다. 동시에 불필요한 요소가 정제되어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김목인의 음악은 오래 간다. 언제 꺼내 들어도 익숙하고 편안하다. 꼼수 부리는 일 없이 정직하게 걷는 길은 언제나 옳은 법. 그렇게 김목인은 조용한 변주를 들려준다.
김목인(사진=네이버 온스테이지 제공)
■ 10m 앞, 가벼운 돌직구 날리는 블랙 코미디
김목인이라는 가수는 올곧고 평평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오감을 선사한다. 앨범 속 노래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다. 각각의 앨범은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이자 수필이다. 장르는 우리의 삶이다. 인생은 늘 양면이 존재하듯 김목인의 노래도 그렇다. 진지하면서도 묘하게 발랄한 구석이 있고, 착한 것 같은데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다.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상의 나래 끝에서 펼쳐진 김목인의 블랙코미디는 결코 무겁지 않은, 가벼운 돌직구다. 툭툭 아무렇지 않게 가사를 던지는데 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들이다.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벌써 같은 의견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며 같은 직업이라고 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불편한 식탁’이나, 당신의 말에 붙은 가시를 떼어 주고 싶은데 그러면 영영 입을 다물까 안타까워하는 ‘말투의 가시’ 등이 그 예다.
여기에 최근 발매한 3집 ‘콜라보 씨의 외출’에서는 그 특유의 일상 같은 흐름과 풍자가 도드라진다. 이 앨범은 콜라보 씨가 하루 동안 시대의 공기를 타고 배회하는 모습을 한 편의 소설처럼 담아냈다. 앨범에는 “내가 파시스트일 리가 없지/난 평범한 시민인 걸”(파시스트 테스트) “난 깨어있는 음악을/빈 쟁반에 담아/입구로 가져갔지만/어디 둘지 모르네”(깨어있는 음악) 등 가사를 비롯해 평범한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담아내어 평범하지 않게 만든 시간들로 가득 차 있다.
■ 드디어 김목인, 추천곡 ‘걷다보니’
‘걷다보니’: 노래가 시작될 때 전주와 가사가 나올 때 흘러나오는 멜로디의 분위기 차이가 인상적이다. 이 찰나의 순간이 노래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걷다보니’의 상황은 구체적이다. ‘산책’ ‘외출’이라는 단어 대신 “밖으로 나와 좀 걷다가”라는 표현은 뒤이어 나오는 허무함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그렇게 떠오른 “인생의 밀린 일”은 실제로 내가 거리를 걸으며 잡다한 상상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처 확인을 못 한 채 빨아버린 세탁기 속의 돈”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덤덤하고도 생생하게, 날카롭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