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사진=MBC)
[뷰어스=이건형 기자] “난 철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한없이 생각이 어리고 마블 같은 판타지를 좋아해요. 그런데 연기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하죠”
지난해 배우 김선호의 활약은 대단했다. 드라마 ‘김과장’을 시작으로 ‘촤강 배달꾼’ ‘투깝스’까지 드라마만 세 편을 찍었다. 여기에 연극 무대까지 올랐다. 휴식 대신 일을 택한 결국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연기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열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은 셈이다.
“상 받을 때 생각하면 지금도 어지러워요. 브라운관에서만 보던 배우들이 눈앞에서 걸어 다니는데 TV보다 더 멋졌어요. 그런데 상까지 받았잖아요. 시상대 앞에 섰는데 머리가 정말 하얘지더라고요. 정말 기대를 많이 안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주위사람들한테 시상식 간다는 이야기도 안했죠. 기대하면 실망이 크니까. 그런데 상을 받은 거예요. 사실 울 뻔 했어요. 그런데 너무 긴장해서 정신이 왔다 갔다 했어요. 오디션 때도 긴장 안 하는데 그렇게 떤 건 처음이었죠. 정말 행복했고 감동이었어요. 부모님도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더라고요. 가문의 영광이에요”
‘투깝스’는 그의 연기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인생작이 됐다. 주연작인 동시에 첫 브라운관 수상을 안겨준 작품이기 때문. 함께 호흡을 맞춘 조정석과도 각별한 사이가 됐다. 알고 보면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다.
김선호는 지난해 브라운관 데뷔로 아직 대중에게 낯선 배우지만 공연계에선 꽤나 알아주는 배우다. 절친한 사이인 조정석과 비슷한 행보다. 조정석은 뮤지컬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다 스크린으로 넘어오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김선호도 연극배우로 연기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운관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자마자 주연으로 우뚝 올라섰다.
“(조)정석이 형이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신입생 때 형의 공연을 보기도 했어요. 사실 연기 하면서 고민이 많은 스타일이에요. 연기 방법보다 감정과 상황에 대해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조정석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조)정석이 형도 내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요. 혹시나 형이 불편할까 ‘내 질문이 귀찮지 않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똑같은 고민을 해서 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이크에 대한 문제도 그랬던 것 같아요. 형도 ‘정석씨 목소리가 너무 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공감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어요. 형한테 참 고마워요”
■ “연극과 드라마 동시 진행, 같이하면 안 되는구나 느껴”
김선호는 ‘투깝스’ 촬영 도중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무대도 함께 올랐다. 두 작품 동시 진행은 무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모습을 보니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두 작품을 같이하면 안 되는구나’를 느꼈어요. 아직 제대로 된 프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투깝스’ 촬영을 하루에 몰아서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종일 촬영하고 1~2시간 잤다가 중간에 공연 무대에 오르기를 반복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 날 공연 도중에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 그런데 조정석 형은 틈틈이 운동하면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더라고요. 난 배우로서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 같아요. 자기관리 역시 배우의 몫이죠. 이번 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캐릭터 성격이 극과 극이었던 탓에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그이지만 결국 두 작품 모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상대역과 호흡을 맞추는 게 꽤나 유연한 배우다. 이에 대해 그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을 뿐이라며 겸손을 보인다.
특히 김선호는 첫 브라운관 연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바로 발성에서 오는 문제다.
“‘과함’이라는 게 머릿속에 항상 있어요. 모든 연극배우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한테선 과한 부분이 묻어났어요. 특히 발성에서요. 아마 드라마를 보다보면 처음보다 나중이 갈무리가 잘 됐을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발성에 치중하다보니 연기적으로 후져진 장면이 있더라고요. 적당히 뭐든지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하면서 적응해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김선호는 유연한 마인드를 지녔다. 그 덕에 늘 발전을 거듭한다. 이번 ‘투깝스’만 해도 배운 점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그의 다음 작품에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히도 내가 어떤 게 부족한지를 빨리 파악하고, 또 유연한 마인드를 가졌다는 거예요. 처음엔 정말 기본기도 없던 배우였죠. 발성, 발음도 안 좋았고 성격도 내성적이었어요. 계속 조금씩 변해갔던 것 같아요. 목표는 ‘다음 작품에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연기뿐 아니라 인격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목표를 이뤄나가면서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돼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