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문종원(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뷰어스=김희윤 기자] “뮤지컬 ‘타이타닉’은 작품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이 전부 분배해서 극을 이끌어가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배우 문종원은 ‘고심하는 사람’이다. 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타인에 대한 사려 깊은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마치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자신이 연기한 토마스 앤드류스를 꼭 빼닮았다.
“작품에서 앤드류스는 설계도로 꿈의 배를 이뤄낸 희망과 정열을 표상하는 인물이에요. 직접 배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위대하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충만하죠. 다만 이 모든 걸 이뤄냈으니까 어딘가 모르게 교만하고 어두운 측면도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가 노래한 토마스 앤드류스는 커다란 자부심을 안고 배에 승선한다. 그가 만든 초호화 선박이 그의 벅찬 마음을 대변한다. 그러나 육중함을 자랑하던 배는 바다 한 가운데 침몰하고 만다. 그는 자책과 고뇌의 뒤안길로 걸어간다.
“영광과 파멸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그 결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앤드류스에게 인간적인 욕심을 살짝 얹었죠. 획일화된 인간의 한 부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능성 면에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었죠. 캐릭터가 아닌 인간 앤드류스에 집중했어요. 공연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런 입체적인 면모도 점점 발전해가고 있죠. 배우들도 전부 살아있는 연기를 펼치니까 매회 긴밀하게 돌아가며 보완되고 표현도 다듬어져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어요”
토마스 앤드류스는 ‘타이타닉 호의 침몰’이라는 커다란 문제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다. 작은 욕심이 큰일을 초래했다며 자책한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인간으로서 기본 소양을 지닌 따뜻한 사람이다. 문종원은 이를 표현하려 고심했다.
“캐릭터로 호흡하기 위해 우선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봐요. 어차피 역할은 배우를 거쳐 파생되는 거니까 닮은 부분을 찾는 게 먼저였죠. 생각보다 단순한 지점에서 살아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거든요. 인물의 걸음걸이부터 시작해 계속 고민해보는 거죠. 그러다 뭔가를 살짝 얹어보고 또 다른 걸 입혀보면 좋은 변화가 일어나요. 연습하는 동안 부단히 그걸 찾아나가는 거죠. 얼추 완성되면 공연에서도 모든 게 원활해져요”
뮤지컬배우 문종원(사진=오디컴퍼니 제공)
■ 작품이 주는 메시지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한 가지다. 그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작품 자체의 정서가 좋으면 배우가 이를 향유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캐릭터를 통해 대본 이상의 차원으로 충실히 표현해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타이타닉’은 큰 메시지를 던져줘요. 지금은 희생이란 말의 가치가 꼭 바보들이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가 됐잖아요. 물론 그 시대 사람들도 비슷했겠지만, 위험한 순간이 돼서야 사람들은 다시금 깨닫죠. 희생이란 사랑을 베푸는 것이며, 결코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죠. 결국 인간은 극한의 순간에 그런 선택을 한다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사람이란 꽤 괜찮은 존재죠. 이런 공연이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고, 살아 있는 지침이 될 수 있어요”
‘타이타닉’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그려낸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대 관객들이 울고 웃으며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세대마다 다른 감동이 주어지는 작품이 분명하다. 그는 그렇게 믿고 있다.
“어떤 공연이든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시간은 그날 이 순간 딱 한번뿐이거든요. 라이브로 살아 숨 쉬는 인간들끼리 직접 만나는 거죠. 그래서 딱히 양편으로 나눌 필요가 없어요. 관객과 배우의 컨디션이 모두 잘 맞아야 좋은 호흡의 공연이 이뤄지거든요.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나야 더 완벽한 공연이 될 수 있어요. 작품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면 박수소리만 들어도 좋은 공연인지를 알 수 있죠”
뮤지컬배우 문종원(사진=오디컴퍼니 제공)
■ 온전한 나를 꿈꾸는 배우
그는 성역이 없는 배우다. 다방면의 활동을 꿈꿔 뮤지컬과 영화, 방송은 물론 콘서트 활동까지 발을 넓힌다. 얼마 전 마친 ‘섹시동안클럽’ 콘서트만 해도 그가 얼마나 열일의 아이콘인지를 보여준다.
“배우로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건 확실해요. 다만 하면 할수록 보이는 게 많고 아는 게 많아져 힘든 직업이죠.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간이에요.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섹시동안클럽’ 콘서트 준비를 할 땐 공연이나 촬영이 끝난 뒤 밤늦도록 연습해야만 했죠. 멤버들도 다 힘들게 시간 내며 열심히 노력했어요. 다들 알아서 하는 배우이기도 했지만 막상 공연에 서면 각자 120%씩은 해내거든요. 그런 묘미가 있죠. 배우는 캐릭터로 서는데 콘서트에서는 진짜 내가 걸어 다니는 게 느껴지고, 나로 살 수 있게 해줘 색다르고 즐거웠어요”
온전한 자신을 꿈꾸는 그에겐 어느새 ‘문밤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사슴 같은 눈망울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팬들은 그를 ‘문밤비’라 부른다. 다양한 배역으로 무대에 서는 문종원에게 진짜 캐릭터가 생겨버린 것이다.
“연기란 작품을 표현하면서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에요. 온전한 나와 만나고, 내 감정과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죠. 어떻게든 잘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해요. 내 안에 있는 걸 스스로 발현시켜야만 하는 거죠. 앞으로도 문종원으로 살며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배우가 되면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죠. 계속 그걸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