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스트라이트(사진=미디어라인)
[뷰어스=이건형 기자] “더이스트라이트를 한 단어로 비유하자면요? 내가 생각해본 건데 ‘횡성한우’가 어떨까요. 소들을 가두지 않고 넓은 초원에서 자유를 주기 때문에 신선하고 쫀득한 식감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좋은 생각이 담긴 풀을 뜯어 먹지 않을까 해요(사강)”
더 이스트라이트에 대한 인식은 어린 친구들이 있는 밴드 정도였다. 그때가 벌써 3년 전이다. 당시 똑같은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한 이들에게 잠시 흥미를 느꼈다. 노래도 꽤 좋았다. 데뷔곡 ‘홀라’(holla)를 부르고 있는 멤버들을 보며 어린 친구들의 재능에 감탄하기도 했다. 최연소 밴드로 가요계 출사표를 던졌던 더 이스트라이트는 아직까지 성인 멤버가 한 명도 없다. 벌써 3년차인데 말이다.
특히 데뷔 이후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흔히 신인 가수들이 ‘실력을 성장 시키겠다’는 단편적 차원보단 신체적, 정신적인 걸 모두 포함한다. 맏형 석철은 데뷔 초 눈 아래 있던 동생들이 이젠 자신보다 커졌다며 아쉬워 한다. 막내 우진에게는 변성기가 찾아 왔다.
“멤버들이 다 성장했어요. 신체변화에서도요. 내가 키가 제일 컸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우진이랑 사강이가 눈 시야에서 위로 가더라고요. 동생들을 위로 쳐다봐야 돼요(웃음). 또 아직도 크고 있기도 하고요. 또 동생들이 자기 개발에 있어서 보컬, 기타 등 다양한 연습을 하면서 좀 더 성장을 한 것 같아요. 눈에 많이 보여요. 데뷔전부터 커버영상을 많이 올렸는데 지금과 비교해보면 계단을 밟아가면서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 같아요(석철)”
“악기들은 변화가 없잖아요. 실력이 늘기만 하는 거니까. 그런데 보컬들의 경우엔 나이가 들면서 컨트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아니잖아요. 원래 보컬 세 명이 키가 다 높았어요. 은성이 형은 변성기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밴드를 시작했어요. 키가 아직까지 여자처럼 높아요. 우진이랑 사강이는 변성기가 안 온 상태로 데뷔했다가 지금은 목소리가 많이 낮아졌어요. 특히 우진이가 되던 노래가 안 되니까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지금도 변성기가 진행 중이거든요. 사강이도 원래 키가 높았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됐어요. 창법자체가 바뀌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겨내려고 하는 게 보여요(준욱)”
더 이스트라이트(사진=미디어라인)
■ 천재 소리 듣던 소년들, 어른들의 세계와 마주하다
사실 멤버들은 한때 영재 소리를 듣던 신동들이다. 보컬 은성, 사강, 우진은 모두 ‘보이스 키즈’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노래에 대한 재능이 남달랐다. 석철도 어릴 때부터 드럼을 시작해 천재 드러머로 영화 주인공을 맡은 적이 있다. 준욱 역시 기타 영재로 ‘스타킹’에 출연했다. 다들 어릴 때부터 주위의 칭찬만 받고 자랐다. 하지만 가요계는 보다 냉정하다.
“데뷔하고 나서 연예계 생활이나 힘든 점을 모르니까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내가 하고 싶으면 다 할 수 있겠지’라는 어린 마음이 있었죠. 데뷔하고 나서 방송국도 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까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됐어요(사강)”
“데뷔 후 조금은 철이 든 것 같아요. 데뷔하기 전엔 그냥‘ 우리 할거야’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온 곡이 ‘홀라’였고요. 그런데 하고 싶은 대로 살려고 하면 다 안 되더라고요. 마음대로 행동을 못한다는 걸 알았죠(은성)”
“석철이 형도 영재였고 승현이도 어릴 때부터 베이스를 쳤어요. 보컬들은 다 ‘보이스 키즈’ 출신이고요. 나도 아시아대회에서도 수상하고 ‘스타킹’도 나갔어요. 어릴 때만 하더라도 잘한다는 말만 들었어요. 자작곡을 유투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10만이 넘은 적이 있어요. 댓글도 많은 분들이 잘한다고 해줬죠. 그때 만해도 ‘노력하다보면 성과가 있구나’ ‘노력하면 잘 풀리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데뷔 하고나니 그렇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새로운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나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어요. ‘홀라’ 때는 실력을 욕하는 이들은 없었지만 이후 곡들로 실력에 대한 욕이 굉장히 많았죠. 어릴 때 마음이라면 욕을 먹는 게 속상하고 뭔가 견디기 힘들 것 같지만 지금으로선 나중에 원하고자 하는 뮤지션으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넘어가야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죠(준욱)”
나이는 어리지만 내면은 결코 어리지 않다. 질타와 비난도 그저 성장을 위한 동력이라 말하는 의연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음악적인 고민도 깊다. 더 이스트라이트는 만들어진 음악을 하는 게 아닌 스스로 작곡, 작사한다.
더 이스트라이트(사진=미디어라인)
■ “규제 없는 회사,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행동해요”
“회사 규제가 없어요. 아무래도 밴드고 자유롭게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규제로 억압시키긴 보단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핸드폰 사용이나 돌아다니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다른 기획사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회장님이 아빠같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좋은 사람으로 클 수 있도록 격려도 해주세요. 잘못된 점이 있으면 혼도 내시죠. 아빠처럼 대해주세요. 아빠 밑에서 자유롭게 음악 하는 분위기라 행복하게 음악하고 있어요(준욱)”
아빠 같은 분과 일해서인지 멤버들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닌 지금은 필요로 하는 음악을 할 때라고 말한다. 회사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데뷔곡인 ‘홀라’ 같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당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빨리 묻히더라고요. 그때 생각한 게 지향하고자 하는 음악만 해서는 뜨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름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보다는 알려지기 쉬운 음악을 해야하는 걸 알았죠. 접점이 ‘You`re My Love’였어요. ‘홀라’ 방송 때는 2명의 팬이 왔는데 ‘You`re My Love’ 때는 팬이 몇십명으로 늘었더라고요. 그때 원하는 음악을 하는 게 답이 아니구나 느꼈어요. 기획사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줘야하는 책임이 있어요(준욱)”
던지는 질문마다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이들을 어리게만 생각했던 스스로에게 회의를 느꼈을 정도다. 아직 미성년자들의 생각의 깊이가 이정도 인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더 이스트라이트가 뿌리 잡고 있는 감성은 나이가 들어도 바뀌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장르를 한정하기보단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