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신해경이 최근 발표한 정규앨범의 선공개곡 ‘담다디’를 처음 마주하면 유명한 동명의 노래인 이상은의 ‘담다디’가 떠오른다. 게다가 신해경이 이상은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두 곡에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두 사람 모두, 잡을 수 없는 사랑을 ‘담다디’라는 흥겨운 의태어로 표현했다는 것.
신해경 이전 커버들
■ 닿을 수 없는 그대는 여전히
신해경은 그간의 타이틀곡을 통해 이별과 외로움을 노래해왔다. 화자는 늘 어두운 방안에서 꿈을 꾸고, 그대는 나에게 닿지 못한 채 아른거리기만 한다. ‘사라지다’ ‘꿈속’ ‘행성’ 등과 같은 표현은 그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신해경은 그 안에 놓인 화자의 심경을 다양하게 그렸다.
앞서 신해경은 격정적인 멜로디의 ‘모두 주세요’에서 온몸으로 사랑을 외쳤다. 그러면서도 ‘다나에’를 통해 꿈속에서만 만나야 하는 그대에 대한 원망과 애틋함을 보낸다. ‘멀리선 그대를 잡으면 사라져요 왜 없어져요?’라는 가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더불어 이 대목에는 가장 다이내믹한 멜로디가 입혀지는데, 바로 뒤에 그 감정을 끊어버리는 신호음이 들린다. ‘명왕성’에서는 아무리 헤매도 그대를 찾을 수 없다. 이내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상상 속에서나 그대와 만나 ‘우주를 유영’한다.
신곡 ‘담다디’에 깔린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에 없는 그대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손을 뻗는다. 다만 ‘담다디’에서는 앞서 들려줬던 사랑의 정서와 달리 ‘허무함’의 기운이 가득하다는 점이 큰 변화다.
신해경 '담다디'
■ 행복한 꿈의 뒤 편, 허무
노래는 ‘그대가 다가온다’는 말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한 밤’ ‘병든 내 모습’을 통해 오랜만의 재회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상처가 익숙한 듯 멜로디는 훨씬 담담해졌다. 감정의 폭발은 이전 곡 ‘명왕성’에서 그랬듯 서로를 느끼며 ‘우주를 유영’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서로를 느껴요’라는 가사 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흘러나오는 ‘담다디 담 담다디 담’이 이들을 표현하는 멜로디다.
눈에 띄는 건 ‘담다디 담 담다디 담’에 입혀진 소리의 흐름이 마치 ‘끝’을 의미하는 뉘앙스라는 점이다. 분명 함께 노는 듯한 말들 사이에 마지막의 신호가 곳곳에 스며든 듯하다. 곡 후반부 나오는 ‘지울 수 없어/잊을 수 없어/끝날 수 없어’라는 가사는 자신을 향한 다짐이 아니라, 떠나가는 그대에게 소리치는 외침처럼 들린다.
그래서 ‘담다디’에서는 그리움 자체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그 이후의 정서’가 도드라진다. 꿈같은 시간이 끝났을 때의 허무가 강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가사인 ‘그대가 떠나간 다음/앙상한 추억들만 남아요’에서 ‘앙상한 추억’이라는 표현이 깊이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맨 처음 가사에도 ‘병든 내 모습’과 함께 수미상관을 이룬다.
결과적으로 ‘담다디’는 신해경이 기존과 달리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후 발매될 정규앨범을 통해 감정의 끝이 마무리 지어진다는 복선일까. 만약 그렇다면 감정의 고리를 끊는 주체가 그대일지 나일지, 그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