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예지 기자] 드라마는 유의미한 장면들로 이뤄진다. 한 장면 속에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이 담긴다. 작품, 그리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볼만 한 장면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의 아저씨' 이지은(사진=tvN 방송화면)
■ 장면 정보
제목: tvN ‘나의 아저씨’
일자: 2018년 4월 18일 (9회)
상황: 동훈(이선균)은 지안(이지은)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광일(장기용)을 찾아가 “지안의 빚을 대신 갚겠다”고 했다. 그러나 광일은 “어디서 멋진 척이냐”고 비웃었다. 지안은 이 상황을 도청 중이다.
■ 장면 포착
동훈: "왜 애를 패, 불쌍한 애를 왜!"
광일: "우리 아버지 죽였으니까. 걔가 죽였어, 우리 아버지. 걔가 죽였다고"
달려가던 지안, 광일의 말에 멈춘다.
동훈: "…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면, 다 죽여"
이어지는 동훈과 광일의 싸우는 소리. 이를 들으며 지안은 주저앉는다. 울음이 터진다.
(사진=tvN 방송화면)
■ 이 장면, 왜?
지안이 울었다. 그것도 엉엉 소리를 내면서. 이 모습은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안이라는 캐릭터가 그간 보여준 성격 때문이다. 지안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사는 애다. 말수가 적고, 크게 웃거나 우는 일이 전무하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손숙) 앞을 제외하고 지안은 그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감정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지안이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받아온 상처가 있다. 부모 없이 홀로 병든 할머니를 부양해온 지안이다. 엄마는 그가 어렸을 때 빚을 잔뜩 남기고 잠적했다. 그래서 지안의 초등학교 졸업식에는 가족 대신 빚쟁이 어른들만 찾아왔다. 지안은 엄마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들에게 휘둘리며 돈을 벌었다. 물론 ‘상속 포기’ 제도를 통해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지안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느끼는지 관심 갖지 않았다. 책임을 묻고 대가를 요구할 뿐이었다.
아이는 응당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약한 존재다. 지안은 그 보호막 없이 살았다. 그래서 21살이 된 지금, 순진한 아이도 여유를 가진 어른도 아닌 상태에 머물렀다. 그런 지안이 다시 아이가 된 듯 오열하게 만든 것이 동훈의 한 마디다. 동훈은 지안이 광일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나 같아도 죽인다”고 화를 냈다. 지안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배경에 공감하고 분노한 것이다. 이는 지안이 어른에게서 처음 받아보는 위로였다. ‘나의 아저씨’가 왜 ‘아저씨’여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이지은의 연기도 돋보였다. 광일의 폭로에 체념한 얼굴, 동훈의 말에 서럽게 우는 이지은의 모습은 지안, 그 자체였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오열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극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나의 아저씨’ 9회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기준 평균 4.8%, 최고 6.0%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하며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자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