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이유영(사진=오아시스이엔티 제공)
[뷰어스=남우정 기자] “연애할 때도 이것저것 따지기보다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작품도 감으로 선택해요”
2014년 첫 영화 ‘봄’으로 이유영은 그해 대종상, 부일영화상 등 국내 영화제 신인상에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그야말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에도 ‘간신’ ‘그놈이다’ ‘터널’ 등 사연이 있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음이 가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밝힌 이유영은 이번에도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린 교사와 전직 형사 국철(김희원)이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 ‘나를 기억해’에서 이유영은 성폭력 피해자로 과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교사 서린 역을 맡았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별로 없어서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여성이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게 매력이 있었어요. 성범죄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고 있어 심각성도 느꼈고요. 그 중 결말이 가장 충격이었죠”
이유영이 ‘나를 기억해’ 시나리오를 처음 본 건 2년 전으로 촬영은 이미 1년 전에 마쳤다. 뒤늦게 개봉했지만 미투 운동 등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나를 기억해' 이유영(사진=오아시스이엔티 제공)
“늦게 개봉해서 많이 기다렸는데 의도치 않게 사회적 시기가 맞물려서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을 때 개봉해 운명인가 생각도 들어요. 막상 촬영할 땐 몰랐는데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했구나 생각도 들고요.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는 ‘내 일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구나 싶었어요. 깊게 와 닿았고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이유영이 연기한 서린은 성폭력 피해자로 마음엔 과거의 상처가 크게 남아있지만 현실에선 이를 지우고 살아가는 인물. 감정의 폭이 크기도 하지만 표현 수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접근하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성범죄에 관한 것은 흔하게 일어나는 범죄더라고요. 그런 범죄나 피해자의 심정을 담은 글을 많이 읽었어요. 너무 당당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숨기고 사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 트라우마와 상처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문제로 느껴졌어요. 표현 수위는 이한욱 감독과 제일 많이 상의했던 부분이에요. 예민할 수 있는 문제이고 성범죄에 심각성을 알려주는 영화가 노출로 불쾌함을 주면 거슬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느 수위까지 표현할지 많이 상의하고 찍었어요”
'나를 기억해' 이유영(사진=오아시스이엔티 제공)
■ “사회적 영화, 의무감 드는 것이 사실”
이유영이 그동안 연기해 온 캐릭터를 보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을 잃고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여인(‘봄’),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간신’),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녀(‘그놈이다’) 등 어둡고 사연 많은 인물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나를 기억해’ 서린까지 더해졌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진 않았을까.
“지금까지 힘든 역할을 주로 해왔고 그래도 잘 빠져나오는 편이었어요. 근데 최근에 처음으로 밝은 역할을 했어요. 단막극인데 오히려 밝은 역할이 빠져나오기 힘들더라고요. 캐릭터를 맡을 때 나에게 영향력을 주는구나 생각했죠. 힘든 캐릭터도 분명 영향을 줬다고 생각했고 나를 위해서 밝은 역을 해야겠다는 생각해요”
여성 성범죄, 청소년 범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나를 기억해’에 이어 이유영은 또 한번 사회적 이슈를 담은 작품에 출연한다.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에서 이유영은 재판을 돕는 류선영 역을 맡았다.
'나를 기억해' 이유영(사진=오아시스이엔티 제공)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부분이 확실히 있어요. 민규동 감독은 예전부터 위안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간신’과는 정반대의 인물로 캐스팅을 해줘서 감사하죠. 의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안타까운 피해자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 이야기를 보면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의미있는 작품과 함께 이유영은 배우로서 변신도 놓치지 않을 예정이다. 오는 5월 새롭게 시작하는 MBC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에 출연하는 이유영은 처음으로 밝은 캐릭터에 도전한다.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밝힌 이유영은 앞으로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는 다 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단막극을 3주 동안 촬영했는데 내 모습대로 했어요. 밝은 역할이 그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데뷔 후 이렇게 풀어지는 역할은 처음이에요. 찍으면서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고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안 해본 역할은 다 해보고 싶어요. 완전 코믹한 게 어려울 것 같긴 한데 제일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