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예지 기자] 이주우의 또 다른 얼굴이 궁금하다.

이주우는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민수아 역을 맡아 어딘가 허술하지만 귀여운 면을 보여줬다. 반면 전작 MBC ‘돌아온 복단지’(2017)에서는 표독스러운 악녀 연기를 소화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 ‘눈길’(2017)에서는 위안소의 동생들을 살갑게 챙기는 소녀 아야코로 관객들을 울렸다.

“‘눈길’에서는 얼굴에 검은 칠을 많이 해서 알아보기 힘드셨을 거예요. ‘돌아온 복단지’를 촬영할 때는 하도 화를 내서 눈썹이 이렇게 올라갔었어요. 다행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찍으면서 눈썹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죠”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이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얼굴의 주인공이 이주우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게 됐다. 이주우가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큰 선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그는 “부피가 커서 뜯을 때 조금 힘들었지만, 소중한 선물이었다”며 “촬영 일정이 강행군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배운 점이 많단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젊은 배우들만 출연해서 분위기가 방방 뜨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배울 게 많더라고요. 다들 프로들이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배우끼리의 케미스트리를 묻자 “첫날부터 좋았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는 “보통 첫 촬영은 아직 서로를 잘 모르니까 어색할 법도 한데, 우리는 촬영 한 달 전부터 다 같이 모여서 리딩을 반복했다”며 “PD님이 ‘너희 여섯 명이 실제로 친해져야 이 드라마가 잘 산다’면서 무조건 친해져야 한다고 하셨다. 또 PD님이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을 부를 때 ‘우리 배우들’이라고 하셨는데 소속감이 들었다. 덕분에 더욱 뭉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창민 PD에게 공을 돌렸다.

극 중 민수아는 통통 튀는 캐릭터였다. 사기를 당한 뒤 4년을 사귀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 동구(김정현)의 게스트하우스에 얹혀살면서 동구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해주는 ‘쿨’한 여자다. 친구 두식(손승원)이 일하는 편의점 사장님의 갑질에 ‘사이다 반격’을 날리기도 한다.

“수아는 나름의 철학이 있는 아이예요. 남자를 대할 때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의 철학으로 대응하죠. 철학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닙니다. 동구와 헤어질 때, 수아가 ‘우리가 헤어지는 건 네 탓이 아니라 내 문제’라고 말해요. 대부분이 상대를 탓하겠지 생각하는데 수아는 그 예상을 벗어났죠. 나와 수아의 닮은 점이에요. 다른 점은 수아는 철학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나는 생각만 해요. 하하. 그래서 수아가 갑질하는 사장님을 혼내주는 장면에서 스스로 뿌듯하고 통쾌함을 느꼈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주우도 마찬가지였다. 도회적인 외모에서 비롯한 도도한 이미지를 과감히 깬 열연으로 주목받았다. 이주우는 그중에서도 20회의 ‘수면 내시경’ 장면을 꼽았다. 수아가 수면 내시경에 취해 두식을 향한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이주우는 “‘으라차차 와이키키’ 전 스태프와 배우가 종방연에서 최종회를 같이 봤다. 수면 내시경 장면이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현장에서 모니터했을 때보다 편집이 더 재미있게 돼서 만족했다”며 웃음 지었다.

이주우는 요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향한 뜨거운 반응을 체감하고 있다. 우선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단다. “화장 안 하고 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알아보시니까 신기하다”고 웃는 모습이 소탈했다.

“‘돌아온 복단지’가 할아버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데 비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남동생의 지지를 얻었어요. 우리가 ‘현실 남매’여서 서로에게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누나, 나 드라마 잘 보고 있어’ 이러더라고요. ‘이이경 형, 사인받아줘’ 이러면서. 이경 오빠가 너무 좋대요. 아직 사인 안 받았어요. 안 받아줄 거예요. 하하”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인지도는 물론, 배우가 지녀야 할 책임감도 한층 높아졌다는 이주우다. “이전에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컸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촬영하면서는 ‘나는 연기를 하고 있고, 이게 내 직업’이라는 책임감이 좀 더 커졌다. 현장에서의 순간순간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힘줘 말했다.

이주우는 배우를 ‘물음표를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다. 다만 그 고민이 슬럼프로 빠지지 않도록 적절히 자신을 다독인다고.

“데뷔 초에 많이 헤맸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난 너무 못해’라며 자책하는 저를 발견하고 방법을 찾았어요. 이제는 스스로 상처 주지 말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요. 혼자서 견디기 힘들 때는 KBS2 ‘다 잘될 거야’(2015~2016)에 함께 출연한 최윤영·엄현경·한보름 언니들에게 털어놔요. 언니들의 반응이 현실적이거든요. ‘언니, 나 너무 힘들어요’ 하면 ‘아니야, 잘 하고 있어’ 이런 게 아니라 ‘원래 힘든 거야. 힘들면 포기해야지 뭐’ 쿨하게 말해요. 그럼 나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지’ 다시 의지를 불태우게 돼요”

생각의 늪에서 헤어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뜨개질을 추천했다. 이주우는 “촬영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게 카페에 가서 책을 읽다가 뜨개질을 하다가, 다시 책을 읽다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그러다 집에 가는 거였다. 평소에 하는 일이다. 뜨개질은 잡생각을 안 하게 돼서 좋다. 오롯이 하나에만 집중해야 실수를 안 하니까. 생각을 잠시 멈춰야 할 때 뜨개질을 한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데뷔 6년 차다. 배우로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모든 순간이 행복했단다. “내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카메라가 다른 배우를 찍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설레고 기분이 이상하다. 3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현장인데, 잠깐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도 굉장히 묘하다.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자체가 엄청 행복한 것 같다”는 이주우의 얼굴에 설렘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떤 선택에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목표예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요. 연기가 됐든 뭐가 됐든지 간에요. 목표는 단기적으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주우 때문에 이 드라마 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고 하죠? 이 별명을 얻기가 되게 힘들더라고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로 얼굴이 조금이나마 알려졌잖아요. 이를 토대로 앞으로 왕성히 활동해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뷰어스 손예지 기자 yeyegee@nate.com 손예지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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